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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선 다변화, 꼼꼼한 현지화 … K게임은 불황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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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넷마블 신작 ‘리니지2 레볼루션’은 일본에서 출시초반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 넷마블게임즈]

넷마블 신작 ‘리니지2 레볼루션’은 일본에서 출시초반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 넷마블게임즈]

국내 게임 기업들이 경기 불황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같은 대내외 악재에도 약진(躍進)을 거듭하고 있다. 수출선 다변화와 그에 맞는 꼼꼼한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한 것이 비결이다.

중국 비중 낮춰 사드 소나기 벗어나 #북미·유럽·일본 등으로 판로 확대 #게임 5사 상반기 매출 3조6600억 #넥슨 해외비중 62%, 넷마블 42%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은 올 상반기 1조23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7% 증가한 사상 최대치다. 2분기에 기록한 순이익 1974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57%나 늘었다. 2위 넷마블게임즈도 상반기 1조2273억원 매출로 넥슨을 바짝 추격했다. 전년보다 81% 증가한 수치로,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연매출 규모(약 1조5000억원)에 근접했다. 이외에 엔씨소프트와 NHN엔터테인먼트, 컴투스 등도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사 도합 상반기 누적 매출만 3조6614억원이다. 게임사의 매출이 주목 받는 건 해외 비중이 높아서다. 한마디로 ‘수출 효자 종목’이란 얘기다. 올 상반기 넥슨은 매출의 62%, 넷마블은 42%, 엔씨는 22%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올 들어 대외 수출 환경은 악화됐다. 가장 큰 해외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은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트집을 잡아 4월부터 한국산 신작의 진입을 찬단하고 있다. 중국은 ‘판호’라는 특유의 허가 제도를 시행하는데, 해외에서 만든 게임을 정부가 심의한 후에 자국에 서비스할 자격을 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게임사들은 이런 대형 악재를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와 유럽·일본 등으로 판로를 확대하면서 극복했다. 넥슨은 지난 8일 신작 ‘로브레이커즈’를 한국과 아시아 대신 북미·유럽에 먼저 출시했다. 서구권에서 인기인 슈팅(총 쏘기) 게임으로, 2000년대 중후반 진출한 후 10년 넘게 축적해온 서구 시장 공략 노하우를 담았다. 이 회사는 중국 매출 비중이 44%로 높은 편이지만 북미·유럽·일본 등지에서도 매출의 18%가 발생한다. 컴투스도 ‘서머너즈워’가 북미에서 인기를 끌면서 최근 3년간 이 게임만으로 누적 해외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넷마블은 지난 23일 일본에서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이 한국 모바일 게임 사상 최초로 일본 앱스토어에서 출시 첫날 매출 1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지난해 ‘세븐나이츠’로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사업 노하우를 축적했다. 최근 게임사들이 또 하나 주목하는 시장은 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 같은 동남아다. 김창현 엔씨소프트 홍보팀장은 “게임 소비에 관심이 많은 젊은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도 진출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엔씨는 ‘블레이드앤소울’을 올 5월 태국에서 선보인 데 이어 9월 초 베트남에서도 출시한다.

게임사들의 수출선 다변화라는 전략은 ‘현지화’라는 전술이 동반되면서 빛을 발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는 게임 안에 프랑스의 오래된 성이나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등을 구현해 친근감과 몰입도를 높였다. 넷마블은 캐릭터 음성을 중시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 현지에서 실력파 성우들을 대거 기용했다. 엔씨는 동남아에 진출하면서 현지에서 쓰는 문장들이 길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현지 소비자들이 보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글자창의 위치·크기를 조정하면서 맞춤형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구축했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대형 게임사의 해외 공략 방식이 중소·중견업체로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은 “중소·중견 게임사들은 대형 게임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건 속에 해외 진출에 애로를 겪는다”며 “정부가 규제 개선과 지원 강화로 게임산업 내 기업간 격차를 줄이는데 힘써야 게임이 수출 효자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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