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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보수단체 지원 의혹’ 어버이연합 계좌추적 착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보수성향 시민단체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에 대한 계좌 추적에 나선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어버이연합 받은 2억여원 출처 역추적 #전경련, 보수단체에 3년간 68억원 지원 #청와대, 국정원 지시·개입 여부도 수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어버이연합을 중심으로 일부 보수성향 시민단체에 대한 금융거래 내역을 정밀 분석하며 자금 흐름을 역추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보수단체를 지원하고 관제 시위를 부추겼다는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해서다.

보수단체 자금 지원 요구 의혹 등을 받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연합뉴스]

보수단체 자금 지원 요구 의혹 등을 받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연합뉴스]

‘어버이연합 의혹’은 화이트 리스트 의혹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4월부터 제기됐다. 당시 친정부 성향 시위에 활발히 나서던 이 단체가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2013∼2015년 한 교회 계좌로 2억 1500만원을 우회 지원받았고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검찰은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발 등을 계기로 어버이연합 수사에 착수했다가, 특검이 보내온 ‘화이트 리스트 의혹’ 사건과 병합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에 사건을 맡겼다가 최근 특수3부로 재배당했다.

앞서 특검 수사결과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4~2016년 전경련에 특정 보수단체들에 총 68억원을 지원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자체 자금과 삼성, LG, 현대차, SK 등 대기업에서 걷은 별도의 돈을 더해 2014년 24억원(22개 단체), 2015년 35억원(31개 단체), 2016년 9억원(22개 단체)을 각각 지원했다. 그러던 중 미르ㆍ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지원을 중단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을 소환 조사하는 방안은 검토 중이다.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이 전경련의 자금 지원을 받은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정관주 전 차관(왼쪽), 추선희 총장(가운데), 주옥순 대표(오른쪽) [연합뉴스]

정관주 전 차관(왼쪽), 추선희 총장(가운데), 주옥순 대표(오른쪽)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24일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에서 발견된 이전 정부 생산 문건들도 특검팀으로부터 모두 넘겨받았다. 문건 내용 중에는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보수 단체 재정 확충 지원대책, 신생 보수 단체 기금 지원 검토 등 화이트리스트 수사와 연관될 수 있는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다. 또 면세점 선정 비리, 삼성 합병 의혹 등에 대한 추가 문건도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지난 달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과거 정부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히며 일부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지난 달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과거 정부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히며 일부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 문건 등에 대한 분석 작업을 토대로 화이트리스트 사건을 비롯한 국정농단 의혹 전반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검찰은 국정농단 재수사 대상인 ‘면세점 선정 비리 사건’도 특수1부에서 특수2부로 다시 배당하며, 수사 라인을 재정비하고 있다.

보수단체 지원이나 관제 데모를 부추기는 과정에 국가정보원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 것도 수사 대상 중 하나다. 현재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국정원의 보수단체 지원 의혹을 조사 중이며, 조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자료는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앞서 지난 달 김 전 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문화ㆍ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가동한 배경에 국정원 문건이 영향을 줬음을 법원이 인정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는 그 뿌리가 같다”고 말했다.
현일훈ㆍ박사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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