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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안철수, 집권 세력의 독선·오만 막는 야당 만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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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안철수 전 의원이 어제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유효투표의 51.1%를 얻어 새 대표로 선출됐다. 정동영(28.4%)·천정배(16.6%)·이언주(3.9%) 의원에 비해 큰 표 차를 냈다고 할 수 있으나 과반 기준엔 겨우 턱걸이로 통과했다. 자칫 며칠 후 결선투표를 또 한번 치를 뻔했다.

안철수의 아슬아슬한 승리는 바람 앞 촛불 같은 ‘안철수 야당’의 시련을 상징한다. 그는 대선 패배와 이어 터진 제보 조작 사건의 정치 책임자로 몰려 정계 은퇴의 압박까지 받았다. 국민의당 역시 같은 호남에 지역 기반을 둔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눈치를 보면서 흐리멍덩한 정체성에 내분까지 겹쳐 흡수통합론·정계개편론의 먹잇감이 되었다. 이러니 39명의 의석을 가진 원내 3당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정의당에도 못 미치는 5%대 지지율을 헤맸던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상황의 거대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본인의 정치적 미래뿐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당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안 대표의 국민의당이 수행해야 할 가장 큰 임무는 청와대와 민주당 집권 세력이 휘두르는 독선과 오만을 막아내는 것이다. 집권 세력은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과 탈권위 덕분에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집단사고, 코드인사, 사법부 무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젖어 언제 내리막길로 접어들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다. 집권층의 전형적 권력 도취 현상인데 이는 야성(野性)이 펄펄 살아 있는 야당 지도자가 아니면 제어할 방법이 없다. 제1 야당인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이 야당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만큼 새로 정비된 제2 야당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2012년 정계 입문 이래 적대적 공생으로 활개 치는 좌우·양극단 정치를 비판하고 중도·실용 정치를 추구해 왔다. 안철수 정치가 회생하면 한국 정치에 다당제 정치도 뿌리내릴 것이니만큼 그의 분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