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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 점수 매기는 세상…"AI 신용 점수 700점 이상 애인 모집" 게시글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AI가 개인정보를 분석해 신용점수를 매겨주는 'J스코어' 스마트폰 앱. [J스코어 홈페이지]

AI가 개인정보를 분석해 신용점수를 매겨주는 'J스코어' 스마트폰 앱. [J스코어 홈페이지]

 개인의 학력, 보유자산, 인간관계 등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이 산출한 신용점수에 따라 서비스 내용이 달라지는 'AI 신용평가' 서비스가 중국과 일본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AI 신용평가 서비스가 중국과 일본에서 활성화 #개인의 학력, 보유자산, 인간관계, 토익점수 등 반영 #AI가 매긴 신용점수로 애인 구하는 등 활용 넓어져 #점수 따라 각종 우대 혜택 주어지고 대출 조건 변화 #알리바바는 2015년부터 시행, 소프트뱅크는 내달 개시 #전문가 "사생활 침해, 점수 따른 차별 우려"

27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중국에선 이미 AI가 평가한 신용점수가 우대 혜택을 좌우하고 있다"며 "일본에서도 AI 신용점수를 바탕으로 대출 여부와 이자 등에 변화를 주는 서비스가 개시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소개한 베이징 회사원 왕페이(王佩, 38)는 중국 IT업계에서 일하며 매달 약 8000위안(약 135만원)을 스마트폰으로 결제한다. 왕은 신용점수 950점 만점에 777점으로 최상위 등급이다. 덕분에 왕은 중국 호텔에서 숙박객에게 흔히 받는 보증금이 면제되는 등 각종 우대 혜택을 누린다.

중국 최대 IT대기업 알리바바그룹은 2015년부터 이 같은 AI 신용점수 제도를 도입했다. 스마트폰 결제 정보와 자동차·주택 등 보유자산, 학력, 인간관계 같은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신용점수를 산출한다.

알리바바로부터 신용점수를 받는 사람이 늘면서 이 점수는 여러 분야에서 사람들의 등급을 매기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국의 온라인 데이트 게시판엔 "애인 모집 중. 점수 700점 이상만"이라는 구인 글을 올리거나 "나는 793점", "나도 700점 넘었다" 등 자신의 점수를 사진과 함께 인증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손 마사요시(孫正義·한국명 손정의)소프트뱅크 사장. [중앙포토]

손 마사요시(孫正義·한국명 손정의)소프트뱅크 사장. [중앙포토]

일본에서는 IT대기업 소프트뱅크와 미즈호은행이 공동 출자한 'J스코어'(아래 영상 참조)가 이 같은 AI 신용평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9월 설립 기자회견을 가진 J스코어는 내달부터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개인의 신용을 점수화해 대출에 반영하는 '스코어 렌딩(score lending)' 서비스를 내달부터 개시한다.

스코어 렌딩을 통해 대출을 받고 싶은 이용자는 스마트폰 앱을 켜서 과거의 운동 경험, 종종 방문하는 장소, 토익 점수 등 요구되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응답을 마치면 AI가 수 분 내로 신용 점수를 산출해 화면에 띄워준다. 대출 금리나 상한 액수는 이 점수에 따라 정해진다.

마이니치신문은 "지금까지 은행 대출 심사에선 근무처, 연봉, 자가주택 유무 등 15개 정도의 문항을 바탕으로 대출 조건을 정했지만 새 시스템에선 100항목 이상의 질문이 제시된다"며 "모두 응답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정보를 많이 제공할수록 대출 조건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AI는 운동 경험처럼 개인의 신용과 상관 없어 보이는 항목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성격과 소비의 상관관계와 패턴을 찾고 점수화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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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스코어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스코어 렌딩은 장래성이 있고 의식수준이 높은 젊은이들이 대출을 보다 쉽게 받도록 하기 위한 서비스"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유학자금을 빌리고 싶지만 연봉이 낮은 경우 종전의 대출 심사에선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스코어 렌딩을 이용하면 '자격증 취득에 대한 열의' '스마트폰 요금 연체가 없음' 같은 항목들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대출을 받을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점수를 산출하는 서비스가 개인정보 침해, 점수로 인한 차별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인정보 문제를 연구해 온 미야시타 히로시(宮下紘) 교수는 "개인정보를 지금보다 더 많이 활용하려면 그에 맞는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회사원 왕페이는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도 있지만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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