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영란법, 현실에 맞게 근본적으로 다듬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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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민권익위원회가 25일 친지·이웃 사이의 선물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김영란법 적용에 있어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거나 빠진 것은 아니다. 추석을 앞두고 일반인의 오해를 풀어주자는 취지에서 나온 자료다.

권익위는 ‘5만원 넘는 선물의 무조건 금지’를 대표적인 오해 사례로 꼽았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공직자 등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아니면 친지·이웃·친구·연인 간의 선물은 금액 제한이 없다. 권익위는 보도자료에 “우리 농·축·수산물을 많이 주고받기 바란다”는 당부까지 넣었다. 김영란법으로 울상 짓고 있는 농어민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우리는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권익위는 당장 법 개정을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책과 법에는 최소한의 일관성이 필요한 만큼 1년 이상은 법 시행 효과와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법 개정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김영란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국민생활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측면은 없는지, 법 위반을 감시하고 제재하는 실효적인 수단은 없는지, 규제의 비용과 편익은 제대로 따졌는지 꼼꼼하게 다시 들여다볼 때다.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법은 국민의 준법 의식을 무너뜨리고 국민 다수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 뿐이다. 김영란법이 오히려 공무원의 무사안일을 조장하는 측면이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를 제외한 모두가 준(準)범죄자로 간주돼 위축되면서 결국 그 피해는 농어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권익위가 새로울 것 없는 설명자료를 배포해야 할 정도라면 김영란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오해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