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태풍에 술렁이는 방송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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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방송가에 인사 태풍이 몰려 온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예고되고 있다. 올 5~7월이 그 정점. 30~40개에 달하는 굵직굵직한 자리가 새 주인을 기다린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우선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방송위원회가 사령탑을 바꾼다. 노성대 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방송위원들이 5월 9일 임기를 마친다. KBS도 정연주 사장을 비롯해 이사 11명의 임기가 6월 말 끝난다. 내부 서열 2위인 감사도 7월에 바뀐다. MBC 주식의 70%를 보유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9명)도 6월 말 임기가 종료된다. 한국방송광고공사(5월)와 연합뉴스도 새 사장을 맞이할 예정이다. EBS 권영만 현 사장의 임기는 전임 고석만 사장의 잔여 임기가 종료되는 7월에 끝난다.

언론계와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인물평이 무성하다. 후보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어떤 인사는 일부 시민.사회단체 지인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한나라당도 방송계 인사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 언론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정치적으로 중요하다. 이번 인사가 차기 대권으로 가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일부 386 참모들이 언론계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건 차기(3기) 방송위 구성이다. 3기 방송위원들은 미디어 융합정책을 주도해야 하므로 어느 때보다 책임이 막중하다. 방송위 구성은 인사 도미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EBS 사장.이사를 추천 또는 임명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원은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3명씩 추천한다.

정치권은 일단 '9명 전원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2명 정도는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업무 연속성을 위해서다. 이 경우 남북방송교류를 확대하고 방송사업 인허가 제도를 개선한 성유보 위원의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 출신 위주로 구성된 위원회에 뉴미디어 출신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정치권에선 유재홍 케이블TV방송국협의회장이나 유삼렬 케이블TV방송협회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변수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방송.통신 통합규제기구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이를 논의할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가 다음 달 출범한다. 그 활동이 탄력을 받으면 방송위와 정보통신부의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 미디어의 발전으로'방송 따로, 통신 따로'가 더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방송가에는 "통합 기구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다음 방송위가 구성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한 관계자는 17일 "이미 차기 방송위원 인선에 들어간 상태"라며 일정은 그대로 진행될 거라고 말했다. 통합 기구 논의는 쉽게 결정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KBS 후임 사장도 관심거리. KBS 이사이자 고려대 석좌교수인 김인규씨 등 3~4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일부에선 정연주 사장의 연임을 이야기하지만, KBS 내부에선 '교체'쪽의 의견이 더 많다. EBS의 경우 사원들은 재원 문제를 해결할 최고 경영자(CEO)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인사의 계절'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제대로 된 선장을 뽑는 일일 것이다. 언론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정치권과 결탁한 '정치 교수' 등은 배제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등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대 이재진(신문방송학)교수는 "특히 청와대 밀실이 아닌 투명한 절차와 제도에 의해 수장이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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