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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국방장관에 5.18 당시 전투기 출격 대기, 헬기사격 특별조사 지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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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전투기 출격 대기와 헬기 사격 의혹에 대한 특별조사를 국방부장관에게 지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5ㆍ18 당시 공군 전투기 부대에 광주를 향한 출격 대기 명령이 내려졌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또 당시 전일빌딩을 향한 헬리콥터 기총 사격 사건 등 2건과 관련한 특별조사를 국방부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5·18 당시 정황과 관련해선 정부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1월 “전일빌딩 외벽과 내부에서 185개 이상 탄흔이 발견됐으며 공중 정지 상태의 헬기에서 발사됐을 것으로 유력하게 추정된다”는 감식 결과(본지 2017년 1월13일자 1면)를 광주광역시에 통보한 바 있다. 지난 21일에는 JTBC가 5·18 당시 수원 제10전투비행단 101대대에서 근무했던 F-5E/F 전투기 조종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5ㆍ18 사나흘 뒤 광주로 출격 대기 명령이 내려졌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박 대변인은 “최근 언론 보도를 대통령이 직접 본 것도 있고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 통과 이전에라도 진상규명 노력을 하는 게 맞겠다는 판단에서 특별조사를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3월 20일 윤장현 광주시장과 함께 광주 전일빌딩을 찾아 5·18 당시 헬기 사격에 의한 탄흔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광주광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3월 20일 윤장현 광주시장과 함께 광주 전일빌딩을 찾아 5·18 당시 헬기 사격에 의한 탄흔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광주광역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광주를 방문해 전일빌딩 탄흔 현장을 둘러보는 등 5ㆍ18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참석한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선 “헬기 사격까지 포함해서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5ㆍ18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뒤에는 “아직까지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고 이것은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5·18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한 최경환(광주 북을) 국민의당 의원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5 ㆍ18 특별법이 통과돼 각종 의혹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1980년 5월 당시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발생한 사망, 상해, 실종사건 등에 대해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도 결과적으로는 정부의 어떤 조치 보다는 특별법에 의해 진상 규명이 되는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국회에서 조속하게 특별법이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특별조사 지시에 따라 국방부는 ‘5ㆍ18민주화운동 헬기 사격 및 전투기 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단’을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구성해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측은 특별조사단에 5ㆍ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가 참여를 요청할 경우 이를 적극 수용할 방침이다. 노수찬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그동안 국방부는 기무사 존안 자료 등 관련 문서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 왔다”며 “관계자 증언 등을 확보해 진상조사와 진실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투기 출격 보도와 관련해 ”꼭 그런 지시가 광주 사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광주 지역 시민단체 등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김양래 5ㆍ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대통령이 전투기 폭격대기 명령 등에 대해 신속한 진상 규명을 지시해 감사하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 통과를 통해 5ㆍ18에 대한 근본적인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환영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특별조사 지시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자유한국당도 진상조사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는 논평을 냈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불행한 과거에 대한 진실 규명은 필요하지만, 북핵 위협이 연일 계속되고 을지훈련이 한창인 이때 국방부에 특별지시를 내린 것이 적절한지 납득하기 어렵다”(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고 밝혔다. 위문희 기자,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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