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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시 출신에 나이 많다고 교수 임용 탈락?…인권위 “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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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검정고시 출신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교수 임용 시험을 탈락시킨 건 '고용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를 마치고 독학으로 모 대학 행정학과에 편입, 석·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B(53)씨는 지난해 '2017년 1학기 A대학 소방안전관리학과 신임교원 채용'에 응시했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소방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던 B씨는 1차 전공심사와 2차 구술심사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았지만 3차 면접평가에서 탈락했다. 이를 지켜본 A대학의 한 교수는 "B씨가 검정고시 출신이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떨어진 것이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즉각 조사에 들어갔다. A대학 측은 인권위에 "B씨가 채용심사 1·2차에서 최고 득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신임 교수로서의 자질을 다양하게 평가하는 3차 면접 결과 현재 대학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평가와 사업을 감당할 수 있는 소양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나이가 많고 검정고시 출신이라는 이유로 탈락시킨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B씨가 3차 면접에서 0점 처리를 받으며 탈락했는데 이때 나이와 학력이 결정적 탈락 사유가 됐던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로 A대학 총장은 지난해 학교 법인 이사회에 낸 답변서를 통해 '우리 대학의 미래를 견인해야 할 동량을 뽑는 신임 교수 초빙에 있어 1964년생은 나이가 좀 많은 게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이다. (중략) 신임교수는 유능하며 연구실적도 높고 정상적인 양성과정을 밟아 온 참신한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데 1964년생 지원자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증명하는 독학에 의한 학사를 취득했다'라고 기술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 업무가 나이 제한이 요구되는 직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 관계자는 "교수 초빙 공고에서도 학교가 소방공무원 및 소방산업체 실무 경험자를 우대한다고 한만큼 학교는 학력보다 채용 후보자들의 현장 경험을 더 중히 여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이와 학력을 이유로 교원 선발 과정에서 후보자를 부적격 처리하는 행위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이자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 행위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A대학 총장에게 "전임교원 선발시 직무의 성격과 상관 없이 나이 및 학력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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