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질책받은 류영진 식약처장 “총리가 짜증 냈다 … 억울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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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사태의 주무 기관인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이 이낙연 국무총리의 질타를 “짜증”이라고 표현했다.

‘살충제 계란’ 관련 국회 발언 논란 #농해수위 여야 의원들 모두 비판 #“답변 태도 유감 … 신중히 말하라”

류 처장은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전체회의에서 이 총리가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제대로 답변 못할 거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지 말라”고 질책한 것을 두고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말했다. 이에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은 “류 처장의 답변 태도가 정말 유감”이라고 했다. 농해수위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식약처장이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했는데, 짜증이 아니라 질책한 것 아닌가. 신중히 처리해서 답변하라”고 말했다. 류 처장은 “죄송하다”면서도 “짜증과 질책은 같은 부분이다. 약간 억울한 부분이 많아서 그렇다”고 맞섰다.

류 처장은 “총리가 식약처장의 거취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종용받은 일이 있느냐”는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미소를 띠며 “없다”고 답했다가 홍 의원이 “지금 웃음이 나오는가. 가소로운 질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타한 일도 있다.

류 처장은 또 살충제 계란 위해평가 결과를 놓고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과 동문서답식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식약처는 21일 국내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해를 가할 정도의 독성을 함유한 건 아니라며 매일 2.6개씩 평생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 의원=“식약처의 위해평가에 대해 한국환경보건학회가 반발했다.”

▶류 처장=“일부 주장에 동의 못한다.”

▶이 의원=“처장의 안이한 인식이 문제다. 그럼 제가 오늘부터 매일 살충제 계란 2.6개를 먹어도 되나.”

▶류 처장=“그런 경우는 희박하다. 살충제 계란 2.6개를 평생 먹을 순 없지 않은가.”

이 총리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에 출석해 류 처장의 “괜찮다. 먹어도 된다”는 말에 대해 “아직까지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정도가 괜찮은 표현”이라며 “대단히 남자답게 표현한다고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잘못 표현했다”고 사과한 일이 있다.

이날 국회 운영위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 대한 첫 업무보고가 있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사는 두렵고 어려운 일”이라며 “(공직 임명 결격 사유와 관련해) 이전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에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성 논란과 관련된 탁현민 행정관에 대해 야당 의원이 “어떻게 여성가족부 장관이 (탁 행정관 때문에) ‘무력하다’고 말하는 일이 있느냐”고 하자 임 실장은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되는 게 옳다. 여가부 장관이 입장을 잘 전달해줬고 우린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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