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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 미스터피자 회장, 17명 호화 변호인단 꾸려 첫 재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갑질 논란’이 발단이 돼 1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69) 전 MP그룹 회장이 17명의 재벌총수급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본격적인 법정 싸움에 나섰다.

전 검사장 강찬우 변호사 포함, 고교 동문 #"여론 의식해 검찰에서 제대로 진술 못해"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선일)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나선 정 전 회장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지난 6월 눈물을 흘리며 사과문을 발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 재판이지만 정 전 회장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다. 정 회장 측은  “갑질 논란에서 비롯된 사건이어서 정 전 회장이 여론 등을 의식해 검찰에서 제대로 진술 못한 부분들이 있다”며 “법정에서 밝혀지길 간곡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수원지검장 출신 강찬우(54ㆍ연수원 18기) 변호사다.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연합뉴스]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연합뉴스]

강 변호사는 서울지검 특수2부 부부장, 대검찰청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대검 반부패부장 등을 거친 소위 ‘특수 엘리트 검사’ 출신이다. 정 전 회장과는 경상남도 진주고 선·후배 사이다. 강 변호사를 간판으로 하는 변호인단에는 법무법인 동인과 바른 등 대형 로펌 변호사들도 대거 합류했다. 대부분 판·검사 출신들이다. 동인의 조주태(연수원 18기) 변호사는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을 지냈고, 바른의 송봉준(연수원 25기)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등에서 근무했다.

정우현 전 회장은 지난 6월 사과문을 발표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했다.[연합뉴스]

정우현 전 회장은 지난 6월 사과문을 발표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했다.[연합뉴스]

이날 변론에는 2011년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개업한 법무법인 세한의 이우룡(연수원 22기) 변호사가 주로 나섰다. 이 변호사는 '치즈 통행세' 논란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폈다.
이어 치즈 유통단계에서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를 끼워 넣어 ‘치즈 통행세’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이 변호사는 “동생에게 치즈를 공급하게 하는 영업 기회를 주고 (동생이)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것”이라며 “정 전 회장의 입장에선 동생에게 많은 이득을 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가 친척과 측근들을 직원인 것처럼 꾸며 29억원의 급여를 준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회사에 기여한 사람에게 보상을 급여 형식으로 준 것이다.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로부터 받은 광고비 5억여원을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이 변호사는 “광고비는 회사 그룹의 매출로 회사 소유이지 광고주의 소유가 아니다”며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점 생각할 때 검찰의 검토가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이외에 딸의 가사도우미에게 직원 급여 명목으로 돈을 준 것이나 아들의 장모에게 생활비 등을 준 혐의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2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고 정 전 회장의 동생 등 다른 피고인들의 입장을 들어본 뒤 정식 재판을 열기로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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