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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 대표단 “북핵 문제 풀 군사적 해법 없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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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대표단 5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북핵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에드워드 마키 상원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미 의회대표단 5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북핵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에드워드 마키 상원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미국 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군사적 옵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을 찾은 미 상·하원 대표단이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민주당,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간사)이 이끄는 대표단 5명은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공교롭게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중 이례적으로 한국을 찾은 ‘미군 핵심 수뇌부 3인방’의 기자회견 직전이었다.

마키 의원은 “북핵 문제에 있어 군사적 해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대표단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예방 전쟁(preventive war)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그는 “예방 전쟁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대화는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북한과 직접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고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실행 가능한 선제적 군사 타격 옵션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일치된 입장”이라고 답했다. 마키 의원은 미 의회 내의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198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3년만에 미국에서 귀국할 당시 비행기에 동승하기도 했다.

캐롤라인 맬로니 하원의원(민주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언급하며 “북한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도주의적 접근과 대화 노력, 개성공단을 재개하려는 비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대표단 중 유일하게 공화당 소속인 앤 와그너 하원의원은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부분 미국인이 대북 선제타격은 한반도에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전쟁에 대비는 돼 있지만, 전쟁할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우리가 처한 (북핵)위협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군사적·경제적·외교적 조치라는 세 갈래가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대표단은 대중 압박 필요성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민주당)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해야 북한에 효과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와그너 의원은 “김정은 체제에 크고 작은 기여를 하는 기업과 은행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세컨더리 제재(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제3국 개인·기업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민주당)은 “중국은 북한 정권에 많은 돈을 가져다주는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고 있으며, 북·중 국경에서는 제재를 피해 무역이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중국으로 출국한 대표단은 북·중 접경지대인 단둥 지역을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기자회견 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이 한국에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외교부는 “대표단은 사드 배치 관련 문제의 근원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에 실망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미 의회 대표단 접견에 앞서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도 만났다. 해리스 사령관은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주된 동력은 외교이며, 군사적 조치들은 외교가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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