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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삼성 세계 1위 도약 초석 다진 반도체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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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990년 3월 서울대 관악캠퍼스 호암생활관 준공식을 마친 관계자들이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오른쪽부터 강진구 전 삼성전자 회장, 이건희 삼성 회장, 정원식 전 문교부 장관. [중앙포토]

1990년 3월 서울대 관악캠퍼스 호암생활관 준공식을 마친 관계자들이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오른쪽부터 강진구 전 삼성전자 회장, 이건희 삼성 회장, 정원식 전 문교부 장관. [중앙포토]

“오늘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최대 공로자다.”(이건희 삼성 회장)

강진구 전 삼성전자·전기 회장 별세 #1세대 전문 경영인, 컬러TV 개발 #삼성 명예의 전당에 유일하게 헌액

“불모의 대한민국 전자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킨 개척자적 경영인이었다.”(삼성전자 추모사)

강진구 전 삼성전자·삼성전기 회장이 19일 오후 별세했다. 90세. 고인은 삼성전자 1세대 전문 경영인으로, 한국 전자업계의 산 증인이자, 반도체 산업의 기틀을 닦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강 전 회장은 대구사범학교와 서울대 전자과를 졸업했다. 사회 생활은 방송업계에서 시작했다. KBS와 미8군 방송국을 거쳐 1963년 JTBC의 전신인 동양방송(TBC)에 입사, 중계·송출 기술 국산화를 이끌었다. 유족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고인은 청계천에서 부품을 사 직접 방송 기자재를 만드셨다”고 돌아봤다.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도 이때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고인이 96년 고희를 맞아 낸 회고록 『삼성전자 신화와 그 비결』의 추천사를 통해 “선친께서 (강 회장의) 성실성과 근면성을 인정하셔서 삼성전자 사장으로 발탁 임명하셨다”며 “삼성전자에 부임하자마자 적자였던 회사를 단숨에 흑자로 전환시켰으며, 종합 전자회사로 육성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갔다”고 적었다.

73년 삼성전자 상무로 자리를 옮긴 강 전 회장은 3개월 만에 대표이사 전무로, 다시 9개월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해박한 전자공학 지식을 바탕으로 국내 첫 컬러TV 및 전자레인지 개발을 이끌었다.

강 전 회장은 82년 삼성반도체통신 사장을 맡아 이듬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D램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20일 추모사를 통해 “강 전 회장은 허허벌판이었던 기흥의 반도체 단지를 장화를 신고 돌아보며 현장 작업자들을 격려했다”며 “연구 기술진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세계 1위로 도약하는 초석을 다졌다”고 밝혔다.

2000년 12월 건강 문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강 전 회장은 삼성이 임직원 예우를 위해 만든 ‘명예의 전당’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경영인이기도 하다. 재직 중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2회 이상 수상한 임직원이 오를 수 있는 이 자리엔 95년 강 전 회장이 흉상과 함께 이름을 올린 이후 헌액된 사람이 없다.

유족으로는 아들 병창(서강대 교수)씨와 딸 선미(서경대 교수)·선영(주부)씨, 사위 안성욱(사업)·유권하(중앙일보데일리 경영총괄)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오는 23일 오전이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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