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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굴복한 학술자유…중국학 권위지 ‘차이나쿼터리’ 민감 논문 삭제

중앙일보

입력

중국 관련 최고 권위의 학술지 차이나 쿼터리 웹사이트. 중국 신문출판공서의 요청으로 논문 300여편을 중국에서 접근할 수 없도록 삭제한 데 대한 유감 성명을 게재했다. [차이나쿼터리 웹사이트 캡처]

중국 관련 최고 권위의 학술지 차이나 쿼터리 웹사이트. 중국 신문출판공서의 요청으로 논문 300여편을 중국에서 접근할 수 없도록 삭제한 데 대한 유감 성명을 게재했다. [차이나쿼터리 웹사이트 캡처]

“이번 검열은 닭을 죽여 원숭이를 겁주는(殺鷄儆猴·살계경후) 시도다.”
현대 중국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로 통하는 ‘차이나 쿼터리’ 팀 프링글 편집장은 그동안 게재돼온 논문 300여 편이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삭제된 이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발언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CUP)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중국 신문출판총서 요청에 따라 1989년 6·4 천안문 민주화운동, 문화대혁명, 티베트, 위구르 등을 다룬 민감한 논문을 중국에서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고 밝힌데 대한 것이다.

언론·인터넷 이어 외국 학술지까지 검열 확대 우려 #케임브리지대출판사·CQ 편집장 우려·유감 성명 #전문가 “중국 학자들 다양한 채널로 유통방법 찾을 것”

CUP가 1960년부터 계간으로 출간한 차이나 쿼터리는 근현대 중국과 중화권의 인류학·문학·예술·경제·지리·역사·정치사회 등을 다루는 정통 학술지다. 연간 500여 편의 논문을 기고받아 전문 편집진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45편 정도를 게재해 왔다. CUP는 1534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출판사이기도 하다.
 프링글 편집장은 “중국 수입 당국에 의해 300여 편의 논문과 서평이 삭제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실망을 표시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프링글 편집장은 "중국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주요 해외 학술저널에 지금까지 이와 같은 압력은 없었다"면서 이번 조치의 파장을 우려했다. 그는 “다른 학술 저널이 공감과 격분의 반응을 보였다”며 “우리와 함께 이번 사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함께 힘쓰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삭제된 300여 편의 논문과 서평은 중국 공산당의 공식 역사 해석과 다른 관점을 제시한 글들이다.

팀 프링글 차이나 쿼터리 편집장이 중국 정부의 요구에 의해 게재 논문 300편을 삭제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사진=SCMP]

팀 프링글 차이나 쿼터리 편집장이 중국 정부의 요구에 의해 게재 논문 300편을 삭제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사진=SCMP]

중국 관련 최고 권위의 학술지 차이나 쿼터리를 출판해온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 [사진=SCMP]

중국 관련 최고 권위의 학술지 차이나 쿼터리를 출판해온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 [사진=SCMP]

프링글 편집장은 “1989년 천안문 사건과 문화대혁명, 1959년부터 1961년의 대기근 등에 대해 공산당이 재평가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그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새로운 역사 연구가 대거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검열 조치가 새로운 학술 논문 기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우려했다. 이어 “캠브리지 출판사 측에 학술 자유를 수호하도록 중국 당국자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도록 이야기 했다”며 “검열로 고통받는 중국 내 학자들에게 이번 검열을 개탄하며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검열로 홍콩과 대만의 현대 역사를 다룬 논문 수 십 편도 삭제됐다.
홍콩 반환 이후를 다룬 논문이 삭제된 홍콩대 세바스찬 베그 조교수는 “논문에 특별히 민감한 내용은 없었다”며 “최근 사건에 대한 순수한 학술 조사 논문”이라고 말했다. ‘천안문 페이퍼 재평가’ 논문이 삭제당한 앤드류 네이선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베이징이 자신을 더욱 안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학술 공동체를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말했다. 네이선 교수는 “친중 학자와 선전부 관리들도 민감한 주제에 대해 해외에서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며 “중국내 자주적인 학생과 학자들은 다양한 채널로 이 자료들을 배울 것이며 유통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당국이 언론 검열과 인터넷 통제에 이어 외국 학술지에 까지 검열을 확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 당국이 학문의 영역에 까지 손을 뻗쳐 학술 심사와 검열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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