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검출된 살충제는…"피프로닐보단 독성 낮고 발암물질 X"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살충제 계란이 추가로 적발된 경기도 양주의 한 농장에 계란이 방치되어 있다. 임현동 기자

16일 살충제 계란이 추가로 적발된 경기도 양주의 한 농장에 계란이 방치되어 있다. 임현동 기자

플루페녹수론·에톡사졸 등 생소한 살충제 성분이 3개 계란 농장에서 새로 검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새로운 유해 성분이 확인된 계란은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두 성분의 인체 유해성은 어떻게 될까.

17일 3개 농가서 플루페녹수론·에톡사졸 새로 검출 #둘 다 살충제…피프로닐보다 낮은 '약독성'으로 분류 #플루페녹수론은 체내 장기간 남는 게 문제점 #체중 60kg 성인 기준으로 하루 2.22mg까지 허용 #"미량으로 오래 노출되면 빈혈, 몸무게 감소 나타나" #에톡사졸, 빨리 배출되지만 간 기능 저하 부작용 #60kg 성인은 하루 최대 2.4mg 노출 가능한 수준 #두 성분 모두 닭·계란에 대한 기준 없어 '사각지대'

  플루페녹수론(Flufenoxuron)과 에톡사졸(Etoxazole) 모두 농약이나 살충제로 꽤 사용되는 성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플루페녹수론은 거미류나 진드기를 퇴치하는 용도로 쓰인다. 이 성분의 농약 잔류 허용 기준이 적용되는 식품은 감자·고추 등 30가지에 이른다. 에톡사졸은 거미와 진드기의 애벌레·알을 죽이며 성체에는 쓰이지 않는다. 도라지·딸기 등 16가지 식품에 농약 잔류 허용 기준이 적용된다.

  두 성분은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먼저 알려진 피프로닐(Fipronil)보다는 한 단계 낮은 '약독성' 물질로 꼽힌다. 피프로닐에 비해 인체에 영향을 미칠 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의미다.

유해 성분이 검출된 농장에서 폐기되는 계란. [연합뉴스]

유해 성분이 검출된 농장에서 폐기되는 계란. [연합뉴스]

  하지만 플루페녹수론은 체내에 장기간 남아있다는 것이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플루페녹수론을 동물 실험한 결과 반감기가 28~30일로 피프로닐보다 훨씬 길었다. 한 번 노출되면 몸속에 오래 남아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 성분을 섭취했거나 코로 흡입하거나 피부에 급성으로 노출될 경우 낮은 독성이 나타난다. 발암 물질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플루페녹수론에 매일 평생 노출돼도 안전한 기준(ADI)은 0.037mg/kg이다. 체중 60kg인 성인이 하루에 최대 2.22mg까지 섭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상희 호서대 안전성평가센터 교수는 "미량으로 오래 노출된다면 몸무게가 줄어들고 용혈성 빈혈이 나타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에톡사졸은 노출된 지 48시간 안에 배출돼 상대적으로 체내 잔류 위험은 적다. 급성 독성이 낮은 편이며 암 유발 위험성도 없다. 다만 낮은 양으로 오래 노출되면 간 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정상희 교수는 "간 중량이 올라가고 전반적인 간 기능이 떨어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매일 평생 노출돼도 안전한 기준(ADI)는 0.04mg/kg이다. 60kg 성인 기준으로 하루 최대 2.4mg까지 허용된다. 플루페녹수론보다는 허용치가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살충제 계란 인체 유해성은...

  문제는 두 성분 모두 닭과 계란에 대한 국내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인 '코덱스'에도 나와있지 않다. 닭과 계란에는 아예 쓰면 안 되는 것이지만, 다른 살충제 성분과 비교하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정상희 교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농가에서 쓰더라도 관리가 안 되는 살충제 성분들이다. 지금이라도 농약 잔류 기준에는 없지만 인체에 위해를 줄 여지가 있는 성분들은 검사 항목에 모두 집어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