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뷰튜버, 화려한 모습 뒤에는”…씬님이 말하는 ‘크리에이터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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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락·김호성

유명 아이돌의 화장법을 따라하거나 다양한 화장품을 직접 써보고 비교하는 영상이 인기다. 미용 관련 콘텐트를 유튜브에 올리는 크리에이터들을 따로 부르는 ‘뷰튜버(뷰티 유튜버)’라는 말도 생겼다.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tong 청소년기자가 현재 유튜브에서 134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뷰튜버 ‘씬님(본명 박수혜)’을 직접 만났다.

인기 뷰튜버 씬님(가운데)이 평소 영상을 촬영하는 작업실에서 김호성(왼쪽)·이영락 tong 청소년기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작업실에는 영상 촬영을 위한 카메라와 여러 가지 조명 장비가 즐비했고, 한쪽에는 화장품으로 가득 찬 서랍장이 놓여 있었다.

-뷰티 크리에이터는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요?
“뷰티와 관련된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거나 다른 플랫폼에 유통해요. 메이크업쇼를 하거나 책을 내기도 하죠. 또 화장품을 팔거나 광고 영상을 찍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는 직업이에요. 뷰티 크리에이터를 연예인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크리에이터들은 연예인과 달리 직접 영상을 찍고 방송국이 아닌 자신의 채널에 직접 영상을 올려 인지도를 쌓아요. ‘인플루언서(Influencer,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뜻)’라고 불리기도 하죠.”

-뷰티 크리에이터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주로 고객에게 메이크업을 해주고 수익을 얻지만 크리에이터는 메이크업 서비스를 하는 일이 주된 수익원은 아니에요.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이 주된 일이죠. 여러 가지 영상 중에서도 ‘뷰티’ 분야에서 활동하는 1인 창작자를 뷰티 크리에이터라고 해요. 사실 뷰티 크리에이터는 영상제작자에 가까워요. 뷰튜버의 전체 업무가 100이라면 그중 70 이상은 영상을 제작하는 일이에요. 영상 제작에 관심이 많아야 이 일을 할 수 있어요.”

-뷰티 크리에이터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스스로 뷰티 크리에이터가 내 직업이라고 생각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취미생활로 시작했거든요. 글을 쓰고 사진 찍고 무언가 만드는 활동을 좋아해서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했어요. 대학도 미대에 갔고요. 블로그 활동을 계기로 캐스팅돼서 방송에 여러 번 나갔어요. 7년전에는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기도 했죠. 이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만난 PD가 “끼가 많다”며 추천하셔서 혼자 영상을 찍기 시작했어요. 이 영상을 유튜브에도 올리게 됐고요. 제가 뷰티 크리에이터가 된 건 어느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계속 하다보니 우연히 일이 이어져서 좋은 기회가 생긴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이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또 다른 길이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뷰티 크리에이터가 되기 전에 원래 꿈(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꿈이 1년에 한 번씩 바뀌곤 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개그우먼, 중학교 때는 만화가가 꿈이었죠. 고등학교 3년 동안은 입시미술을 준비하느라 미술학원에 다녔어요. 그때 꿈은 단순히 ‘디자이너’였죠. 그런데 막상 시각디자인과에 들어가보니 디자이너라는 직업 안에도 다양한 종류의 디자이너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인테리어, 편집, 그래픽 디자이너 등… 저는 그중에서도 메이크업을 좋아해서 화장품 패키지 디자이너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여러 가지를 고민하다가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일이 잘 되면서 이 길로 가야겠다 생각했어요.”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직업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작가나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내 작품을 보여주었을 때 좋은 피드백이 오면 가장 행복해요. 실시간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으면 기분이 좋아요. 또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준다는 점, 화장품 협찬이 많이 들어온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죠. 그리고 출퇴근도 없어요. 직장인들은 아마 이 행복을 모르실거예요(웃음).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졌다는 것도 매력이랍니다.”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처음 일본으로 ‘화장품 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일본에 여행 가서 화장품들을 구경하고 사오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죠. 그때 느꼈던 설렘이 지금도 기억나요. 이후 미국으로도 화장품 여행을 갔어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화장품과 관련된 영상을 찍으러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두근거렸어요. 해외에서 저를 알아봐주는 팬을 만난 것도 좋은 기억이에요.”

-방송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나요?
“무언가 처음 시도를 했던 영상들이 주로 기억에 남아요. 한 번은 궁중(전통) 메이크업을 주제로 한복을 빌려 입고 명성황후, 황진이, 선비 메이크업을 했어요. 그리고는 즉흥적으로 경복궁에 가서 촬영했죠. 또 프랑스 파리에 광고 활동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방탄소년단을 만났어요. 그때 방탄소년단이 “씬님 알아요”라고 말해줘서 정말 좋았어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을 만났는데 그 분들이 내 영상을 보고 나를 안다고 할 떄 기분이 좋았어요.”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시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저는 악플이나 부정적인 말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고 그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이죠. 오히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서 힘든 점이 있어요. 직업이 되는 순간, 하기 싫어도 돈을 벌기 위해 해야 하니까요. 내일까지 영상을 만들기 싫어도 무조건 만들어야 해요. 그러다보니 ‘즐기지도 않는데 이걸 왜 하고 있지?’하는 딜레마가 생겼어요. 최근 들어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영상은 찍어야 하고 결국 메이크업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게 될 때도 있어요. 그럴 때가 힘든 순간인 것 같아요. 또 나쁜 행동을 못해요. 보는 눈이 많으니 모범적으로 행동하라는 조언을 받아서 요즘에는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영상에서 욕도 안 하려고 해요.”

-‘흑역사’라고 생각되는 영상도 있으신가요?
저는 제가 걸어온 과거를 흑역사라고 말하지 않아요. 그 일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테니까요. 사실 과거에 논란이 많았던 적도 있고 악플을 많이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일들이 있고 나서 마음을 더 단단히 먹을수 있었고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는 또 하나의 경험이 됐어요. 예전에 ‘화성인바이러스’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간 것을 두고 친구들이 ‘흑역사’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때 그 방송에 나가지 않았다면 저는 뷰티 크리에이터가 되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흑역사가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이든 후회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부모님이 크게 반대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처음 대학교 1, 2학년 때는 제가 밤을 꼬박 새고 아침에 자곤 하는 것을 한심하게 보셨어요. 그래서 잔소리를 하시다가 제가 책을 출간한 이후로 자랑스럽게 여기셨어요. 책이 큰 수익이 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책을 내본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잖아요. 부모님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부모님께서 알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씬님 방송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사실은 제가 왜 유명한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어떤 채널은 계획적으로 투자를 받아 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 일상이 옮겨져 있어요. 제 자신의 어떤 점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거겠죠. 다만 저는 돈을 쉽게 벌지 않으려고 해요. 광고 영상을 찍을 때도 단순하고 쉽게 찍지 않고 오히려 다른 영상보다 더 많이 고민해요. 수익을 내려면 광고를 해야 하는데, 영상에 광고 콘텐츠가 들어가면 시청자들은 “또 광고야?”, “언니가 말하는 거 다 거짓말이잖아요”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돼 있죠. 그걸 극복하기 위해 영상에서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해요. 광고 영상이라는 것을 알더라도 제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걸 인정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만듭니다.”

134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뷰티 크리에이터(뷰튜버) 씬님.

-뷰티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카메라 앞에서 내가 부끄러워 하는 게 훤히 보여서는 안 돼요. 어떻게 보면 타고나는 재능일 수도 있고, 노력을 해서라도 부끄러움을 없애야 해요. 카메라가 돌아가면 바로 반응을 보여야 해요. 타고난 끼가 있다면 그만큼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죠.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메이크업 기술이 갖는 비중은 생각보다 굉장히 작아요. 더 중요한 건 영상 제작 능력이에요. 아니면 제작을 해줄 수 있는 작가나 PD가 있어야 하겠죠.

저는 다른 유튜버들 모니터링도 끊임없이 해요. 모니터링을 하면서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있어요. 국내는 물론 해외 유튜버들도 싹 꿰고 있죠. 보통 외국에서 뭔가 유행을 하면 얼마 후에 국내에서도 유행하게 돼 있어요.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소셜네트워크(사회관계망) 기반이기 때문에 각종 SNS도 열심히 봅니다.”

-영상 촬영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시나요?
“먼저, 기획 단계를 제일 많이 신경 써요. 인기가 많을 법한 영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중요하죠. 다른 유튜버도 참고하고 트렌드도 많이 보고요.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등 검색이 많은 키워드를 활용할 때도 많아요. 그렇게 주제를 정한 후 필요한 악세서리와 의상 등을 준비한 뒤 영상을 찍어요. 제 경우에는 ‘박PD’가 촬영을 맡고 저는 카메라 앞에서 메이크업을 해요. 일반적인 영상은 촬영하는 데 2시간 반 정도 걸려요. 연예인 메이크업을 주제로 촬영할 때는 메이크업이 완성된 후 ‘이쁜이 장면(최대한 예뻐보이는 표정과 포즈를 찍는 것)’만 1시간 정도 찍어요. 그중에서 제일 예쁘고 연예인과 닮은 장면을 고르죠. 영상에 실제로 나가는 건 30초밖에 안 돼요. 사람들은 원래부터 제가 예쁜줄 알지만 다 속고 있는 거예요(웃음)!”

-청소년들이 메이크업을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요?
“씬님 영상 보세요(웃음). 메이크업에는 정답이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메이크업 학원을 다녀야 하나요’, ‘전공 자격증을 따야 하나요’ 물어보는데, 저도 학원에서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니에요. 메이크업 책을 보고 배우지도 않았고요. 주변에서 보고 들은 잡다한 지식을 통해 저한테 맞는 화장법을 개발한 거죠. 그 화장법으로부터 사람들은 팁을 얻어가고요. 때론 자신에게만 맞는 메이크업 공식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 ‘되는 공식’을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좋아요.

다만, 디자인 감각은 중요해요. 영상을 만들 때도 자막을 붙이는데 디자인 감각이 없으면 촌스럽게 만들어져요. ‘예쁜 것’이 뭔지 알면 예쁘게 하려고 노력하면 되는데, 아예 모르면 안 돼요. 디자인 서적을 참고하거나 연예인 사진들을 보면서 어떻게 메이크업 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돼요.”

김호성 청소년기자(왼쪽)가 뷰튜버 씬님의 조언에 따라 이영락 청소년기자에게 메이크업을 해주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메이크업 팁을 알려주세요.
“가장 중요한 건 화장을 ‘티나게’ 하지 않는 거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연스러운 화장, 그 사람 본연의 아름다움을 나타내주는 화장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학생들은 ‘과하게’ 하는 화장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의 십대 타겟 화장품들이 대부분 굉장히 하얗게 나와요. 또 십대들이 그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얼굴만 하얗게 돼서 목과 색 차이가 크게 나는 친구들이 많이 보여요. 자신이 가진 피부와 차이가 크지 않은 제품을 발라야 ‘저 사람은 원래 피부가 좋구나’ 하지 않을까요? 무조건 입술은 빨갛게, 눈썹은 진하게, 얼굴은 하얗게 하는 화장을 저는 싫어합니다.

그 사람의 단점은 걷어내고 나머지는 장점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 화장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한 장소에 갈 때에는 특별한 화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때와 장소에 맞는 화장을 해야 하죠. 그리고 자기 얼굴에 콤플렉스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화장할 때는 자존감도 무척 중요하답니다. 다른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보다 자신에게서 예쁜 모습을 많이 발견했으면 해요. 자신의 피부와 얼굴 모양을 잘 알아야 자기에게 맞는 화장품을 고를 수도 있어요.”

-뷰티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꿈만 꾸고 움직이지 않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씬님 같은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라고 하면서 영상을 한 번도 찍어보지 않은 학생들이 태반이죠. 영상을 업로드 해보기는커녕 집에서 찍어보지도 않아요. ‘큰 맘 먹고’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준비가 되면 시작해야지’ 하면 안 된다는 얘기에요. 그냥 일단 하는 거죠. 핸드폰으로조차 영상을 찍어본 적 없는 사람이 처음부터 비싼 카메라를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해요. 저도 처음엔 핸드폰으로 찍었는걸요. 자신이 직접 화장품 가게에 가서 제품을 사는 모습을 찍어보세요. 일상 속에서 습관처럼 찍어보면서 발전시키는 거죠. 그런 다음 부딪혀가면서 편집도 배우고요.

또 영상을 달랑 한 개 올려놓고 조회수가 낮다고 실망하지도 마세요. 최소 30개 정도의 영상을 올려야 그때부터 시청자의 반응이 보이기 시작해요. 어떤 영상이 인기가 많은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다음 영상에 반영하면 돼요. 유튜브가 인기가 높은 이유도 시청자와 소통이 되는 쌍방향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 즉 크리에이터 그 자체에요.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영상으로 찍고 편집하고 업로드 해보세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5년 뒤, 10년 뒤에 제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60세에도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연예인과 비슷하게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고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나면 무너질 수 있는 직업이라고 봐요. 다음 사업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이를 테면 화장품을 제작하거나 뷰티 앱을 만들거나, 아카데미를 열어서 후배를 양성하는 교육 사업을 할 수도 있겠죠. 아직 정해진 건 없답니다.”

글=이영락·김호성(판교고 2) tong 청소년기자
도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이지아(오픈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