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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수능 양자택일 강요하는 교육부의 오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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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윤석만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윤석만 사회1부 기자

윤석만 사회1부 기자

“통합사회·과학은 수능 필수라고 하는데 1학년에 배우면 내신으로만 평가하고 수능에선 빼는 게 좋을 것 같아요.”(서울 세화고 2학년 김정모군)

“대입의 큰 틀 안에서 수능만 바뀌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고교성취평가제·고교학점제·대입전형을 연계해야 해요.”(경기도 양서고 전철 교사)

교육부가 지난 10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시안을 내놓자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신설되는 통합사회·과학을 수능 필수 과목으로 정하고, 절대평가 과목을 5개(1안) 또는 8개(2안)로 확대하는 것이 개편의 요지다. “수험생들이 수능 한두 점 더 받으려고 무한경쟁하는 폐단을 줄이겠다”는 것이 교육부가 내건 개편 취지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전국 중·고생 583명에게 물으니 63%가 “반대”였다.

물론 수능 절대평가 취지를 반기는 여론도 있다. 주석훈 서울 미림여고 교장은 “수능을 모두 절대평가로 바꿔야 공교육이 대입·수능 준비 일변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이 얼마나 사교육 경감 효과를 낼지는 그 역시 장담하지 못했다.

11일 열린 첫 수능 개편안 공청회에선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중앙포토]

11일 열린 첫 수능 개편안 공청회에선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중앙포토]

모두가 찬성하는 수능 개편안을 내놓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러나 학생과 교사·학부모는 개편안의 옳고 그름 못지않게 교육부의 ‘일방통행’ 처리를 못마땅해 한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취임은 지난달 5일. 교육부는 그로부터 한 달여 만에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1, 2안 두 가지만 내놓고 이달 말 이 중 하나로 확정하겠다고 한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절충안은 없다”고 못 박았다. 시안 발표 후 교육부 주최 공청회에서도 1, 2안을 찬성하는 전문가들만 나와 토론을 했다. 두 차례 남은 공청회도 비슷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중앙일보가 만난 학생·교사들이 제시한 대안에는 1, 2안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이 많았다. 문제는 교육부가 이런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원한 서울 지역 사립고 진학담당 교사는 “장관 취임 한 달 만에 시안을 발표하고, 그것도 양자택일을 재촉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서울의 또다른 사립고 교장도 “왜 선택지가 두 개뿐인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정책결정 과정은 투명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 교육부는 제대로 소통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윤석만 사회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