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략적 선택지 없애고 있다”…미 전직 국방ㆍ정보 수장들 경고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전 국방 및 정보 수장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대북 접근법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 “북한 비핵화는 더이상 협상 카드 아냐” # 파네타 전 국방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 # 멀린 전 합참 의장 “트럼프 발언은 벼랑 끝 전술” #

제임스 클래퍼 전 미 국가정보국(DNI)국장. 김경빈 기자

제임스 클래퍼 전 미 국가정보국(DNI)국장. 김경빈 기자

제임스 클래퍼 미국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수용하고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마바 행정부에서 DNI국장을 역임한 그는 이날 CNN방송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의 비핵화는 더는 미국의 협상 카드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핵 개발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여야한다는 주장이다.
클래퍼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북한의 정책 결정 구조와 김정은을 둘러싼 절차, 그리고 그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염과 분노’와 같은 말보다 더 절제된 언어를 선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언 파네타 전 미 국방장관. [연합뉴스]

리언 파네타 전 미 국방장관. [연합뉴스]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지낸 리언 파네타 전 국방장관은 이날 CBS 방송에 나와 “우리는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로 핵전쟁의 가능성을 포함해 가장 심각한 위기를 현재 다루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발언이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나 남한, 또는 어디에서든 누구에 의한 실수로도 한반도에 갑자기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말들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테나 전 장관은 “지금 미국을 위해 가장 크게 주장해야 하는 건 우리가 지구 상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라는 사실”이라며 북한이 이런 사실을 깨닫고 쉽게 군사적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마이크 멀린 전 합참의장. [연합뉴스]

마이크 멀린 전 합참의장. [연합뉴스]

마이크 멀린 전 합참의장도 이날 NBC방송의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긴장 고조 발언에 매우 우려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복잡한 문제인데 미국과 북한에서 아주 강력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발언은 (전략의) 선택지를 없애며, 기동 공간을 축소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내가 볼 때는 벼랑 끝 전술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이미 군사옵션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으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라, 만약 그러면 생생한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는 “만약 강경발언의 결과가 의도하지 않았으나 불균형적 대응과 계산착오 가능성에 따른 군사적 공격을 초래한다면 (상황은) 빠른 속도로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군 대장 출신인 멀린 전 의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직시절인 2007년 10월 합참의장에 임명돼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1년 11월까지 역임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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