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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SNS 논란' 대국민 사과…"경찰 과감히 개혁할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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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행안부 장관주재로 열린 전국 경찰청장 회의에서 김장관과 이철성 청장,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 등 참석자들이 머리를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김춘식 기자

김부겸 행안부 장관주재로 열린 전국 경찰청장 회의에서 김장관과 이철성 청장,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 등 참석자들이 머리를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김춘식 기자

경찰 지휘부에서 벌어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 삭제지시 논란과 관련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 수뇌부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7일 한 언론이 '이철성 경찰청장이 작년 11월 촛불집회 당시 광주지방경찰청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을 문제 삼아 강인철 당시 광주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크게 질책하고 삭제를 지시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13일 오후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 지휘부 회의에 참석해 "최근 경찰 지휘부 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라며 "행정안전부 장관인 제가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대국민 사과했다.

회의에는 SNS 삭제지시 논란 당사자인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을 비롯해 경찰 고위 간부와 경찰청 본청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 장관은 대국민 사과문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12만 경찰 상하가 한마음이 되겠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삼겠다"며 "인권 경찰, 민주 경찰로 거듭나도록 경찰을 과감하게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해 촛불집회를 거론하며 "수백만 시민이 질서정연하고도 뜨겁게 '나라다운 나라'를 꿈꿨고, 그때 경찰은 여러분 곁에서 촛불을 지켰다"며 "단 한 건의 불미스런 사건도, 사고도 없었다. 그때 자세로 돌아가겠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대국민 사과에 앞선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는 SNS 게시글 삭제 논란의 당사자인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을 향해 "오늘 이후 당사자들은 일체 자기주장이나 상대 비방 반론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 시간 이후에도 불미스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과 대통령에게 위임받은 권한으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도 "최근 경찰지휘부 갈등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부끄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경찰조직 책임자로서 깊이 반성하며 저를 포함한 지휘부 모두가 심기일전해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경찰 본연의 책무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강 학교장도 "국민 여러분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본의 아니게 심려 끼쳐 드린 데 대해 정말 송구하다"고 사죄했다.

김 장관과 경찰 수뇌부는 방송 생중계가 진행된 가운데 함께 손을 잡고 머리를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다음은 김 장관 모두 발언 전문.

불과 열흘 전, 12만 대한민국 경찰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선 바 있습니다. 그때 저는 국민들에게 사랑과 존중을 받는 인권경찰로 거듭날 것을 주문 드렸습니다. 그것이 국민이 기대하는 새로운 경찰의 비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시국의 엄중함과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의례적인 인사조차 생략하고자 합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채 안 됩니다. 아직 일부 각료는 임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연일 핵과 미사일로 벌이는 북한 당국의 무모한 도발로 인해 한반도 안보상황이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이 안심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내 민생 치안에서 한 치의 빈틈조차 보이지 말아야 할 때입니다. 그 최일선에 여러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복무해야 할 여러분이, 오히려 국민들께 걱정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경찰에 대한 질타로 국민의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공직 기강을 염려하고 계신 바, 주무장관으로서 마음 무겁기 짝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말 그대로 뼈를 깎는 반성이 경찰에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거듭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여러분을 버릴 것입니다. 여러분은 제복을 입은 공직자입니다. 당당한 공권력의 상징이어야 할 경찰의 위상이 땅에 떨어져, 외부의 힘에 의해 짓밟히게 될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어깨 위 계급장은 국민이 달아준 계급장입니다. 자부심과 명예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고 경멸당한다면 그 계급장이 불명예의 낙인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경찰에게는 오랜 숙원이 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입니다. 형사 사법 체계의 혁신을 통해 국민의 인권을 획기적으로 신장하기 위한 일대 개혁입니다. 국민들의 요구는 또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때문에 사회 곳곳에 ‘갑의 횡포’가 만연해 있습니다. 국민들은 상처받고 분노하고 좌절하면서 사회 정의를 갈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국민들을 제일 먼저 마주치고 위로하고 보호해야 할 책무가 바로 12만 경찰 여러분들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그것이 국민들이 간절한 바람이고 시대정신입니다. 국민들은 우리 경찰이 인권 경찰로 거듭나는 모습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국민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됩니다. 이번 사태가 참으로 부끄러운 것은, 그래서 저나 경찰 지휘부 여러분이 고개를 들 수 없는 것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이름으로 당부 드리겠습니다.

오늘 이후 이번 일의 당사자들은 일체의 자기주장이나 상대에 대한 비방, 반론 등을 중지하여 주십시오. 개개인이 생각하는 억울함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어진 권한 내에서, 제 책임 하에 철저히 조사해 밝혀내고 잘못 알려진 것은 바로 잡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 시각 이후에도 불미스런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국민과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여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그 책임을 묻겠습니다.

오늘은 긴급하게 소집된 경찰 지휘부 회의이고, 사안이 사안인 만큼 지금까지의 의례적인 회의 방식을 떠나 먼저 당사자들의 신상 발언을 듣겠습니다. 그러고 난 뒤에 제가 국민들께 몇 말씀 다시 올리겠습니다. 두 분이 국민들께 각자 겸허한 마음과 앞으로의 각오를 진지한 마음과 자세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2017년 8월 13일

행정안전부 장관 김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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