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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결국 낙마...상처입은 문재인 인사시스템

중앙일보

입력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11일 오후 자진 사퇴했다. 지난 7일 임명된 지 나흘만이다.
 박 본부장은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있으며 연구 윤리와 연구비 관리 문제에 연루됐던 전력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박 본부장은 오후 6시 50분쯤 과기부를 통해 발표한 글을 통해 “11년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사건은 저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였다”며 “국민에게 큰 실망과 지속적인 논란을 안겨드려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의 사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 중도하차다. 지난 6월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시중에 도는 구설 등을 이유로 자진 사퇴하면서 첫 번째 낙마 사례가 나왔다. 이어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허위 혼인시고 파문으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음주운전 거짓 해명 등으로 자진 사퇴했다.
 박 본부장의 경우 전날 청와대가 직접 나서 “박 본부장의 공도 과도 함께 봐 달라, 이는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봐도 된다”고 적극 구명에 나섰지만 여론이 갈수록 악화됐고 여당에서조차 반발이 나오면서 자진 사퇴로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여론이 기울었는데도 청와대가 ‘박기영 지키기’에 나선 모양새여서 청와대로선 더욱 곤혹스러운 기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박 본부장의 사퇴 발표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본부장의 사퇴 후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박 본부장의 '황우석 사태' 구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이기도 하다.
 여권 내에선 이 때문에 “황우석 사태는 노 전 대통령이 진보 진영에 맞서 상처를 입었던 경우였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사태의 중대성을 과소평가했다는 게 놀랍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 검증 자체도 문제지만 판단에서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박 본부장과 일하려는 의지가 강해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본부장의 사퇴 전 "문 대통령이 박 본부장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인사검증시스템의 개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구멍난 인사검증시스템을 전면보완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주변에서 ‘아는 사람’만 찾을 것이 아니라 자리에 합당한 인물을 원점에서부터 철저히 물색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박근혜 수첩’이 ‘노무현 청와대’로 둔갑했다 쳐도,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친다”며 “전혀 거름망을 거치지 않는 제2, 제3의 ‘박기영’이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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