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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일본 지나 1065초간 3356.7㎞ 비행” 괌 위협 액션플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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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긴장의 동북아 ① 북, 괌 타격 가능한가

김락겸 북한 전략군사령관이 전면에 등장해 직접 미사일 위협에 나섰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4발을 괌에다 쏠 수 있다는 김락겸의 언급을 10일 보도했다. 북한이 전략무기인 탄도미사일 운용부대(전략군)의 지휘관인 김락겸을 언론에 등장시킨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2012년 전략군사령관 전신인 전략로켓사령관에 임명됐다.

경로·시간·거리 상세 공개한 북 #왜 사거리 3356.7㎞인가 #평양~괌 북쪽 30~40㎞ 해상 거리 #발사 지점 옮기면 사거리 바뀔 듯 #비행시간 1065초의 의미 #평균 마하 9.27 “최고 음속 15.6배” #마하 14까지는 사드로 요격 가능 #위기 수위 높이는 북 노림수 #재진입 검증 없이 쏘면 실패할 수도 #“북한도 예방타격 가능하다는 협박”

김락겸은 특히 ‘괌도 포위사격방안’에서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고 나왔다. 북한에서 화성-12형 4발을 쏘아 일본의 시마네(島根)현~히로시마(廣島)현~고치(高知)현 상공을 통과해 1065초간 사거리 3356.7㎞를 날아가 괌 주변 30~40㎞ 해상 수역에 탄착시키겠다고 밝혔다.

발사 예정 탄도미사일, 경로와 거리, 비행시간까지 공개한 것이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밝힌 수치는 탄두부 탑재량, 추진재(연료) 종류, 연소 종료 시점 등의 변수를 입력한 뒤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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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사거리 3356.7㎞=화성-12형은 지난 5월 14일 첫 시험 발사 때 최대 고도 2111.5㎞를 찍고 787㎞를 날아갔다. 한·미 정보 당국은 화성-12형을 5000㎞ 이상을 날아가는 IRBM(최대 사거리 3000~5500㎞)으로 분류했다. 미국의 북한전문 온라인 매체 38노스는 지난 5월 화성-12형 시험 발사 후 북한이 이 미사일에 650㎏짜리 탄두부를 달고 괌을 목표로 했을 상황을 가정했다. 이에 따르면 18분가량을 비행해 최대 고도 780㎞, 비행 거리 340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는 5000~6000㎞일 것으로 보고 있어 이 정도 거리까지 미사일을 날리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북한이 지난번 시험 발사 때 추진재(연료)를 25t가량 사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이를 20t으로 줄일 경우 해당 사거리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밝힌 사거리 3356.7㎞는 평양을 중심으로 괌의 북부 지역에서 30~40㎞ 떨어진 해상 지점까지의 직전거리다. 다만 북한이 발사 지점을 다른 곳으로 할 경우 실제 거리나 탄착 지점이 달라질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공개한 화성-12형의 탄착점을 괌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드는 요격 고도가 40~150㎞며 작전 반경은 200㎞다.

② 비행시간 1065초=한·미 정보 당국은 화성-12형이 실제 사격에서 어느 정도 속도를 낼지 관심을 기울였다. 요격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1065초간 비행한다고 봤을 때 화성-12형은 직선 거리 기준으로 평균 마하 9.27의 속도로 날아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 당국은 마하 14(음속의 14배)까지 사드가 요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선 다를 수 있다. 미사일은 초기에는 수직으로 올라간 뒤 방향을 틀어 정점고도에서 하강하는 포물선 비행 방식이다. 실제 평균 속도는 훨씬 빠르다. 장영근 교수는 “북한의 주장대로 계산한 결과 최고 고도는 약 800㎞, 대기권 재진입 직전 최고 속도는 음속의 15.6배를 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미국이 요격미사일인 SM-3 블록1(구형)으로는 500㎞, SM-3 블록2로는 1000㎞까지 요격이 가능하다”며 “미국이 SM-3와 사드(고도 100㎞ 안팎)로 중첩 요격시스템을 가동할 수는 있지만 화성-12형의 실제 속도에 따라 요격률은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③ 재진입 기술은=실제 북한이 미사일을 쏠 경우 탄두가 대기권에 진입할 때 발생하는 고열(섭씨 7000도 이상)과 충격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는 재진입 기술(Re-Entry)이 있어야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재진입 기술로 괌 인근을 향해 쏠 경우 자칫 미사일이 괌 지상에 떨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락겸은 ‘8월 중순’까지 시기를 설정해 놓고 ‘(괌을 공격하겠다는) 전략군 대변인의 성명을 아직 번역을 하지 못했는가’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공격에 나서는 대신 여지를 열어 놓은 셈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성명에서 김락겸은 ‘미국의 광기를 제지하는 처방’이라 표현했다”며 “이는 예방 타격이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수 전 교수는 “북한이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성능을 미국이 인정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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