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드환경평가검증 연기…육로는 민노총, 공중은 안개가 막았다

중앙일보

입력

10일 국방부와 환경부가 경북 성주군 사드기지에서 실시할 예정이었던 전자파 측정 등을 위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확인이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연기됐다. 이날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뒤로 보이는 산에 구름과 안개가 잔뜩 끼어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0일 국방부와 환경부가 경북 성주군 사드기지에서 실시할 예정이었던 전자파 측정 등을 위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확인이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연기됐다. 이날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뒤로 보이는 산에 구름과 안개가 잔뜩 끼어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0일 오전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안에서 실시될 예정이었던 국방부와 환경부 공동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확인(검증) 작업이 이날 오전 전격 연기됐다.

육로 차단되고 기상 악화로 헬기도 못 떠 #결국 현장확인 전격 연기…추후 일정 미정 #민노총 통일선봉대가 나타나 기자회견도 #한대련은 막판에 기자회견에도 참석 안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과 대학생·시민단체 회원들이 육로 진입을 차단하겠다고 나선 데다 기상 악화로 헬기를 통한 접근까지 어려워지면서다.

국방부와 환경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부터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성주 사드 기지 내에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확인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동안 성주 사드 기지 내에서 이뤄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에서 중점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장확인에는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 전문가·언론인 등이 참여하기로 했었다.

현장확인 일정이 알려진 직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저지에 나서겠다고 했다.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현장확인 당일 오전 9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육로를 막았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 300여명도 성주로 집결해 경찰 등과의 충돌을 예고한 상황이었다.

10일 국방부와 환경부가 경북 성주군 사드기지에서 실시할 예정이었던 전자파 측정 등을 위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확인이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연기됐다. 이날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0일 국방부와 환경부가 경북 성주군 사드기지에서 실시할 예정이었던 전자파 측정 등을 위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확인이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연기됐다. 이날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육로가 차단되자 국방부와 환경부 측은 육로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해 현장확인 참가단과 함께 헬기를 타고 사드 기지로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성주군 초전면 일대에 비가 내리고 안개가 가득 끼어 헬기 접근도 어려워졌다. 헬기가 사드 기지로 진입하게 된다 하더라도 자칫 날씨가 악화돼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었다.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확인이 연기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부 측은 주민들에게 이날 현장확인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오전 9시30분쯤 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확인에 참여할 전문가들과 언론인들은 통보를 받지 못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하려던 언론인과 전문가등은 이 무렵 김천구미역에 모여 있었다.
현장에 투입된 대구환경청이나 경북경찰청 측에서도 오전 10시쯤 까지도 이날 행사가 취소된 사실조차 몰랐다. 이들이 현장확인이 미뤄진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0시 15분을 전후한 시긴이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보도자료를 냈다. 이를 통해 "주민 협조와 제반상황이 여의치 않아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하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지역민들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향후 별도 계획에 따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 검증을 위한 현장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취소가 아니라 연기란 얘기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인근에 만들어진 돌탑. 사드 배치 철화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성주=김정석기자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인근에 만들어진 돌탑. 사드 배치 철화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성주=김정석기자

국방부는 이어 "지난 4월 26일 사드 장비 이동 과정에서 보인 주한미군의 부주의한 행동과 관련한 주한미군 장성의 사과도 향후 현장조사 때 함께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4월 26일 사드 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더가 성주 사드 기지에 기습적으로 배치될 당시 일부 주한미군이 차량을 타고 가며 휴대전화로 주민들을 촬영하거나 웃음을 짓고 있었던 데 대한 사과다.

관련기사

이날 일정이 연기되면서 현장확인에 나설 예정이었던 국립환경과학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한국환경공단 소속 전문가 10여 명도 돌아가야만 했다. 현장에 함께 들어갈 예정이었던 기자단도 KTX 김천구미역에 집결했다가 돌아갔다.

이날 규탄 기자회견에는 성주·김천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100여 명이 모였다. 전날 성주 사드 기지 200여m 인근까지 접근했던 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은 기자회견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민주노총 통일선봉대 참가자들이 참여했다.

지난 9일 경북 김천시 농소면 사드 기지 인근 산에서 한대련 통일대행진단이 발대식을 열고 '사드 갖고 떠나라'고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경북 김천시 농소면 사드 기지 인근 산에서 한대련 통일대행진단이 발대식을 열고 '사드 갖고 떠나라'고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방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강행하는 것은 성주골프장이 사드 배치 부지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주민공청회 등 의견 수렴절차를 생략해 불법적이고 졸속적으로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처음부터 불법적으로 강행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부터 중단시켜야 했다"면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합법화·정당화하려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사드 가동과 이를 위한 공사를 멈추고 사드 장비를 일단 반출한 다음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문재인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성주=김정석 기자, 김천=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