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공익제보자를 기생충으로 매도한 공기업노조...인천관광공사 노조가 공익제보자 비판 대자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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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관광공사 로고.

인천관광공사 로고.

인천관광공사 노조가 회사 내부 문제를 외부에 제보한 직원( ‘공익 제보자’)을 기생충에 비유해 파문이 일고 있다. 회사의 압력으로부터 공익 제보자를 보호해야 할 노조가 오히려 사측에 ‘제보자를 색출’하라고 요구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노조, 대자보 통해 공익제보자 '기생충' 비유 #"회사는 기생충 색출, 활동 못하게해야" 촉구 #공익제보로 감사원 감사, 측근채용 특혜 확인 #노조 "기생충은 '카더라'식 내용 제보자 지칭"

9일 인천관광공사 노사 등에 따르면 노조는 이달 초 ‘사장 사퇴에 대한 노조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사내 게시판에 부착했다. 내부 직원 중 일부가 회사의 좋지 않은 이야기를 자꾸 흘리는 것을 막자는 차원에서 올렸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노조 측은 대자보에 “결국 사장이 사퇴했다. 이 현실이 무겁도록 안타깝다.우리 스스로 자성의 노력을 가졌음에도 또다시 외부 세력이 우리 조직을 흔들고 짓밟고 있다”고 적었다.

노조는 이어 “외부의 부당한 압력, 불순한 의도로 그와 내통하는 조직 내의 적폐에 대한 경고와 함께 되풀이되는 악습을 끊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사측은 내부 ‘기생충’이 더 이상 공사에서 활동할 수 없게 조치하라. 사장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런 사람이 공사에서 다시 인정받거나 직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본인도 회사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인천관광공사가 2015년 9월 22일 출범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인천관광공사가 2015년 9월 22일 출범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노조가 대자보를 붙인 이유는 최근 사퇴한 황준기 전 사장과 관련이 있다. 기생충으로 비유된 공익제보자는 황 전 사장이 취임 이후 측근을 채용하는 과정에 특혜의혹이 있고, 박람회를 추진하면서 용역업체 자금유용을 무마했다는 내용을 인천시의회에 제보했다.

시의회는 이런 내용을 언론과 시민단체를 통해 공론화했다. 이후 시민단체는 공익감사를 청구해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감사원은 공직제보자의 제보를 토대로 진행한 감사에서 공기제보자가 제기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황 전 사장에 대해 경고 이상의 징계를 인천시에 요구했다. 결국 황 전 사장은 지난달 자진 사퇴했다.

노조가 공익제보자를 기생충이라고 매도한 대자보 소식이 알려지자 인천지역 시민단체는 큰 우려를 표명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사장 사퇴가 내부 제보로 시작된 것이라면 이는 공익적 성격을 띤 것이므로 보호돼야 마땅하다”며 “노조에서 이런 대자보를 붙인 이유는 모르지만 향후 공익 제보자가 인사조치 되거나 불이익을 받는지 시민들이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용선 인천관광공사 노조위원장은 “황 전 사장의 비리를 제보한 공익 제보자는 당연히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하지만 일부에서 황 전 사장이 물러났는데도 ‘카더라’식의 내용을 계속적으로 외부에 흘리고 있어 이를 막아보자는 차원에서 (대자보를) 붙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이라는 표현은 ‘카더라’식 내용을 흘리는 이들을 지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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