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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권력이동 신호? 부산영화제 김동호·강수연 사퇴 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김동호(左), 강수연(右)

김동호(左), 강수연(右)

영화 ‘다이빙 벨’ 사태로 내홍을 겪었던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또 한번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와 영화제의 갈등 봉합을 위해 구원투수로 나선 김동호(80) 이사장과 강수연(51) 집행위원장이 8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부산영화제를 떠난 이용관(63)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어 두 사람의 사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월 행사 뒤 이사장·위원장직 떠나 #사무국 측 “사퇴요구 성명에 응한 것 #블랙리스트 관련 여부는 알 수 없어”

김 이사장과 강 집행위원장은 8일 오후 BIFF 사무국을 통해 언론에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영화제는 개최돼야 한다는 확신에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올해 영화제를 최선을 다해 개최한 다음, 오는 10월 21일 영화제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또 “올해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영화계와 국민 모두의 변함없는 성원과 참여를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영화제 사무국 전체 직원 24명은 7일 성명서를 내고 “김 이사장과 강 위원장의 소통 단절과 독단적 행보가 지나쳤다”며 사퇴를 요구한 뒤 “BIFF의 정상화와 올해 영화제의 올바르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호소한다”고 발표했다. 직원들은 또 “김 이사장에게 강 집행위원장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진정했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직원들은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기는커녕 면죄부를 주었다”고 지적했다.

부산영화제는 2014년 10월 영화제 때 ‘다이빙 벨’ 상영 이후 줄곧 내홍을 겪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면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체부와 부산시에 ‘다이빙 벨’ 상영금지를 요구했다는 증언 등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이다.

2015년 임기가 만료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재선임되지 않은 것도 부산시 등의 압력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이 전 집행위원장 후임으로 선임됐다. 이어 당연직 이사장이던 서병수 시장이 사태 수습과 조직위 안정을 위해 사퇴했고, 지난해 5월 첫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김동호 위원장이 추대됐다. 이어 같은 해 7월 영화제 정관이 개정되면서 이사장에 정식 취임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른 고발로 검찰로부터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되면서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2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집행위원장은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대해 부산영화제 사무국 관계자는 “김 이사장과 강 집행위원장의 사퇴 결정은 사무국 직원들의 성명서 발표에 대한 입장표명이라 생각한다”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 있는지는 두 사람에게 직접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김호정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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