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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출신' 李 총리, 휴가지로 '영남 양반촌' 선택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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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지사를 지낸 호남 출신 이낙연 국무총리가 올해 여름휴가에 ‘조선시대 영남 3대 반촌(班村ㆍ양반마을)’을 방문한다.

8일 국무총리비서실에 따르면 이 총리는 휴가 첫날인 9일 건강검진을 받고 세종공관에서 휴식을 취한 뒤 10일부터 이틀간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칠곡 매원마을, 경주 양동마을에서 머물 예정이다.

이 총리는 10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한 안동 임청각(臨淸閣ㆍ보물 182호)을 방문한다. 또 11일에는 경주 ‘최 부자집’과 양동마을, 경북 칠곡 매원마을을 방문한다.

안동 임청각(臨淸閣ㆍ보물 182호). [사진 임청각 홈페이지]

안동 임청각(臨淸閣ㆍ보물 182호). [사진 임청각 홈페이지]

호남 출신인 이 총리가 여름 휴가지로 영남 양반촌을 선택한 것은 영남과 유교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한편 취임식에서 천명했던 이념과 지역, 세대를 아우르는 통합의 내각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임청각은 안동에 살았던 고성 이씨 종택으로, 1519년에 지어져 5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을 비롯해 독립운동 유공자 9명이 태어났다.

조선 시대 민간 가옥 중 가장 큰 규모로, 영남산 기슭에 계단식으로 기단을 쌓고 99칸을 배치했다. 이상룡 선생은 독립운동에 전 재산을 바치면서 곤궁한 삶을 살았고, 그 후손들은 학교에 다니기조차 어려운 형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임청각을 찾아 “안동이나 유교라고 하면 보수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안동지역에서는 독립운동이 활발했다”며 “(이들은) 혁신 유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회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낙동강. [중앙포토]

하회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낙동강. [중앙포토]

1700년에 지어진 경주 최 부자집은 12대에 걸쳐 만석꾼을 배출하고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교동 최씨의 고택이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도록 하라’는 최씨 가문의 가훈도 많이 알려졌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매원리 매원마을. 매원마을은 안동 하회마을ㆍ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조선시대 영남지역 3대 반촌(班村ㆍ양반마을)으로 불렸던 광주 이씨 집성촌이다. [중앙포토]

경북 칠곡군 왜관읍 매원리 매원마을. 매원마을은 안동 하회마을ㆍ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조선시대 영남지역 3대 반촌(班村ㆍ양반마을)으로 불렸던 광주 이씨 집성촌이다. [중앙포토]

 이 총리는 평소 휴가를 가지 않고 일에 몰두하는 ‘워커홀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눈치 보지 않고 휴가 가는 분위기를 만들라’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에 따라 여름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이 총리는 지난달 18일 국무회의에서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농어촌 등 국내 관광지를 찾을 수 있도록 널리 알리고,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갈 수 있도록 공직사회가 솔선수범해 달라”고 당부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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