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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경험 청소년 42.9%, 근로권익 보장받지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아르바이트. [일러스트=박향미]

아르바이트. [일러스트=박향미]

한국YWCA연합회 청소년 모임인 ‘Y-틴’이 지난달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노동권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근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의 42.9%가 “근로 권익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Y-틴은 전국 37개 지역의 13~18세 청소년 5000여 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 단체가 기획한 이번 실태 조사는 전국 18개 지역에서 총 3694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ㆍ오프라인 설문과 대면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기획자로 참여한 안은주(16·진주제일여고)양은 “똑같이 일하는데 청소년이라고 차별당해선 안 된다. 그러려면 우리부터 청소년의 노동권익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YWCA연합회 청소년모임 'Y-틴' 회원이 '청소년 노동권 실태조사'를 벌이는 모습. [사진 한국YWCA연합회]

한국YWCA연합회 청소년모임 'Y-틴' 회원이 '청소년 노동권 실태조사'를 벌이는 모습. [사진 한국YWCA연합회]

응답자들은 "새벽 1시까지 연장근무를 시키고 택시비도 주지 않았다", "하루 7시간 이상 근무케 하고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았다", "사장으로부터 ‘못생겼으니 화장을 하거나 성형을 해라’는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 같은 경험을 털어놨다. 조사에 참여한 서지수(16·전주근영여고)양은 “주변에 1년 미만으로 일하는데도 수습 기간이라며 3개월간 최저임금도 못 받거나, 오후 10~11시까지 일하고 야간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며 “고용주와 청소년 모두 청소년 근로 권익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Y-틴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8~9일 전국회원대회를 열고 청소년 노동권에 관해 토론한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여성가족부·지방자치단체·경찰 등과 함께 실시한 합동점검 결과 전국 28개 지역 278개 업소 중 절반 정도인 137개(49.3%) 업소에서 236건의 노동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58.1%로 가장 많았고, 최저임금을 알려주지 않거나 미지급한 경우가 그 뒤를 이었다.

'청소년 노동권 실태조사'를 기획한 한국YWCA연합회 청소년모임 'Y-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은주(16·왼쪽)양과 서지수(16)양이 8일부터 열리는 전국회원대회 행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은주양 제공]

'청소년 노동권 실태조사'를 기획한 한국YWCA연합회 청소년모임 'Y-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은주(16·왼쪽)양과 서지수(16)양이 8일부터 열리는 전국회원대회 행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은주양 제공]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5~18세 미만의 청소년은 1일 최대 7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오후 10시 이후엔 일을 시킬 수 없다. 최저임금은 성인과 동일하게 적용받지만, 청소년에게 유해한 비디오방·노래방(청소년 출입 가능 업소 제외)·유흥주점·주류판매업장·숙박업소 등의 업종엔 종사할 수 없다.

근로 청소년이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고용부 청소년근로권익센터나 여가부 청소년근로보호센터를 통해 상담과 권리구제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후대책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주 전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대표는 “형식적인 상담보다는 실질적인 근로 감독을 강화하고 법에 근거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민간의 역할은 한계가 있는 만큼 청소년노동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기관의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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