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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철’ 된 뉴욕지하철, 부자증세로 리모델링 추진

중앙일보

입력

노후화와 승객 폭증에 시달리는 뉴욕 지하철이 '부자증세'를 통해 리모델링될 전망이다.

블라시오 시장, 상위 1% 고소득자 세율 0.5%p 올리는 방안 제시키로 # 노후화돼 사고 잦은 세계 최대 교통수단 개선 비용으로 활용 목적 # 뉴욕주 백만장자들 2년 연속 자발증세 청원했지만 주 상원이 거부 #

뉴욕타임스(NYT)는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이 뉴욕 지하철 리모델링 재원 마련을 위한 부자증세안을 7일(현지시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6일 보도했다.
이 안은 최고 소득구간의 소득세율을 현행 3.9%에서 4.4%로 올리는 내용이 골자다. 개인 소득 50만 달러(약 5억6000만원), 부부 합산 소득 100만 달러 이상인 약 3만2000명이나 상위 1%의 고소득자가 적용 대상이다. 연 7억∼8억 달러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
한국도 과세표준 1억5000만원~5억원 구간 소득자의 세율을 38%를 40%로, 5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던 40%의 세율을 42%로 올리는 부자증세를 추진하고 있지만 뉴욕의 경우 지하철 개선이라는 특수목적을 갖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6월 뉴욕 지하철 탈선사고 때 터널을 빠져나오는 승객들. [뉴욕포스트 캡처] 

지난 6월 뉴욕 지하철 탈선사고 때 터널을 빠져나오는 승객들. [뉴욕포스트 캡처] 

AP통신에 따르면 뉴욕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대중교통 수단으로 평일 평균 550만명 이상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고가 잇따르고 위생상태가 악화하면서 ‘지옥철’로 불린다. 40년 사용 연한을 넘긴 지하철만 700대를 웃돌고 있고 신호체계는 대부분 1937년께 설치됐을 정도로 노후화됐다. 지난 6월 27일 뉴욕 맨해튼 할렘 지역을 지나던 C노선 전동차의 탈선으로 40여 명이 부상당하자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말 그대로 박물관에 있어야 하는 수준”이라며 지하철 시스템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즉각적인 개선책 마련을 지시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통공사(MTA)가 추산한 리모델링 비용은 10억 달러 이상이다.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지하철 리모델링을 위한 부자증세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AP=연합뉴스]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지하철 리모델링을 위한 부자증세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AP=연합뉴스]

이 비용을 두고 쿠오모 주지사와 블라시오 시장이 갈등을 빚었다. MTA는 주 정부와 시가 반반씩 부담할 것을 요청했다. 이런 와중에 시민들의 불만이 증폭되자 “주정부 관할이니 주정부가 전부 부담하라”던 블라시오 시장이 ‘부자증세’란 결단을 내린 것이다. 블라시오 시장은 “존재하지도 않는 미봉책을 찾는 대신 공정한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며 “노동자와 버스, 지하철 등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요금 부담을 주는 대신에 뉴욕의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 약간의 칩(부담)을 부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뉴욕주 내 백만장자 80명은 지난해부터 “상위 1%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올려달라”는 청원서를 지난해와 올해 쿠오모 주지사와 주의회에 냈다. 월트 디즈니의 손녀인 아비게일 디즈니와 월가 투자가 조지 소로스 등은 “뉴욕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며 “고소득자로부터 추가로 세금을 걷어 공교육과 낙후된 도로, 터널, 공공건물을 보수하고 개발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람과 기간시설에 대한 투자는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수 있고 뉴욕의 극심한 소득불균형도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매번 주 상원이 반대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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