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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대법원만 생중계, 1·2심선 엄격 제한 … 독일·프랑스는 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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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은 재판 중계를 허용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주(州)법원 재판 장면을 TV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민형사 사건 모두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배심재판제를 채택하고 있어 중계를 하더라도 판사의 부담은 작은 편이다.

외국에선 어떻게 하나 #미국, 배심원 판결로 판사 부담 작아 #성폭력·청소년 사건 빼곤 중계 허용 #일본은 재판 전 2분만 촬영 가능

미국에서 재판 중계가 허용되기 시작한 것은 41년 전이다. 1976년 앨라배마주와 워싱턴주가 TV 중계를 허가하자 다른 주들이 뒤따랐다. 현재는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을 포함해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통한 녹음과 촬영이 허용돼 있다.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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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중계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미국 연방대법원도 태도를 다소 바꿨다. 2010년부터 모든 사건에 대해 녹음파일을 모아 매주 일률적으로 제공한다. 법정에 카메라가 들어설 수 있게 하는 법률안도 의회에 제출돼 있다.

재판 중계가 보편적으로 허용되는 미국에서도 예외는 있다. 성폭력과 청소년 사건이다. 해당 사건들은 방송과 녹화가 금지되고, 일부 중계가 허용되는 경우에도 정해진 규정을 따라야만 한다. 카메라 대수와 기자 수, 설치 위치까지 정해져 있다. 촬영할 때 소리가 나서도 안 되고 플래시도 터뜨릴 수 없다.

영국은 알권리와 피고인의 인권 보호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금지 규정과 허용 규정을 안배했다. 우선 1심에서는 재판 중계를 엄격히 금지한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항소심 법원에서는 재판장이 판결문을 낭독하고 선고하는 과정만 공개되고, 대법원에선 재판의 전 과정이 생중계된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추방을 결정한 2012년 2월 대법원 재판은 3만5000명이 실시간으로 방송을 시청했다.

피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세부 규정도 잘 갖춰져 있다. 재판 녹화자료는 오락이나 풍자 프로그램, 광고 등에 사용할 수 없다. 카메라는 재판 대화 내용에만 초점이 맞춰져야 하고, 방청객을 클로즈업해서도 안 된다. 법관들이나 변호인, 방청객 간의 사적인 대화를 녹음하는 것도 금지된다. 재판 중계가 선정적으로 흘러가거나 방송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프랑스는 전통적으로 피고인의 인격권과 방어권을 우위에 둔다. 이들 국가에서 녹음이나 촬영을 통한 재판 중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2001년 독일의 한 언론사가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5대 3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재판관들이 결정의 주된 이유로 든 것은 ‘소송 관계인의 인격권 보호’였다.

독일과 프랑스는 헌법재판에 한해 제한적으로 라디오·TV 방송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헌법재판 특성상 기관의 대표나 소송 대표자가 법정에 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인격권이 침해될 우려가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 48년까지 재판 과정 촬영이 허용됐지만 이후 허가제로 바뀌었다. 카메라 조명이 깨져 재판관이 다친 사건이 계기였다. 촬영은 법관이 착석 후 개정을 선언하기까지 2분 이내만 할 수 있고 조명기기 사용은 금지된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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