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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엄한 베이다이허 … 요금소·기차역, X레이로 샅샅이 검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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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피서객이 몰린 해수욕장도 일부 통제됐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피서객이 몰린 해수욕장도 일부 통제됐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중국 전·현직 최고 지도부가 모여 핵심 현안을 논의하는 연례 비밀회의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지난 주말 막이 올랐다. 중앙 지도자들이 건군 90주년 기념식 다음 날인 2일부터 베이다이허로 모이기 시작했으며 이들이 묵는 휴양소가 밀집한 시하이탄루(西海灘路)가 지난주 초부터 폐쇄됐다고 현지 주민들이 말했다.

‘준계엄’ 베이다이허 현장을 가다 #모든 소지품 이중삼중 들춘 뒤 통과 #상인은 “지도자보다 손님 더 환영” #차기 지도부 인사 협상 등 핵심 의제

톨게이트 검문소 앞에 늘어선 차량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톨게이트 검문소 앞에 늘어선 차량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주말인 5일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베이다이허로 가는 길은 멀었다. 베이징-하얼빈 고속도로 입구인 샹허(香河) 톨게이트를 지나자 최근 설치된 안전검사대가 베이다이허 방향의 차량을 1차로 검문하고 있었다. 휴가 차량까지 몰리면서 평소 두 배인 6시간이 걸려 도착한 베이다이허 톨게이트에도 검문소가 설치돼 모든 차량을 X레이로 검사했다. 베이징과 허베이(河北)가 아닌 지방 번호판을 단 차량의 승객이 모두 신분증과 소지품 검사를 받는 모습도 목격됐다. 경찰은 “지방 차량은 시내에 진입하려면 검사증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출구에 보안 검사대가 설치된 기차역.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출구에 보안 검사대가 설치된 기차역.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기차역 역시 삼엄했다. 이날 오후 찾아간 베이다이허 역에는 도착 출구에 X레이 검색대가 설치됐다. 탑승객은 물론 하차하는 승객도 짐을 다시 검사받아야 역을 나올 수 있었다. 역 앞에 붙은 “시진핑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 주위로 굳게 단결하자”는 선전문이 임박한 당 대회를 알리고 있었다. 국가기관 휴양소 밀집 지대에 위치한 롄펑산(聯峰山) 역시 신분증과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입장이 가능했다.

경찰은 “연례 행사”라며 가방 속 취재 자료까지 하나하나 들춰봤다. 공원 소매점의 장(張)씨는 “지난 2일경부터 베이징에서 고위 지도자가 왔다는 소식이 퍼졌지만 이곳 주민들은 별 관심 없다”며 “베이다이허는 7~8월 한철 장사로 먹고사는 휴양 도시라 고위 지도자보다 관광객을 더 환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해변은 인산인해였다. 인구 10만여 명의 베이다이허는 준(準)계엄 상태였다. 극심한 교통정체 속에 통행증을 단 검은 승용차와 버스가 분주히 휴양소를 오가는 모습에서 회의 개최를 직감할 수 있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특유의 원로정치가 관철되는 현장이다. 1954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시작했다. 2000년부터 각계 전문가 좌담회와 병행한다. 상무위원의 동정이 관영 매체에서 사라지고, 회의 개최 사실만 겨우 확인되는 베일속 비밀 회의다. 2003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폐지를 시도했으나 곧 부활했다. 올해는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전임 지도부가 지명한 정치국원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낙마한 직후 열리는 원로회의여서 언론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외신들은 마오쩌둥·화궈펑(華國鋒) 이후 폐지된 당주석제 부활과 차기 지도부 인사안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지난달 민주추천회로 불리는 차기 정치국원 예비 선거로 35명이 선출됐다고 홍콩 시사월간지 ‘쟁명(爭鳴)’이 최근 보도하면서 베이다이허에서 최종 인사안 협상이 이뤄질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쟁명은 지난 7월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금융공작회의가 끝난 뒤 18기 중앙위원 등 512명이 선거에 참여해 시진핑(習近平) 주석,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500표 이상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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