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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Q&A]지금 입고 있는 정장은 한국 남자를 위해 만든 게 맞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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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몸에 잘 맞는 슈트를 입은 것만큼 남자가 멋있어 보일 때도 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몸에 잘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오버사이즈가 유행한다지만 슈트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입는 이의 몸에 맞춰야 하는 게 답이다. 그렇다고 맵시만을 강조해서도 안 된다. 일을 해야 하니 활동이 편한 착용감은 기본이다. 남성 정장 브랜드 마에스트로가 올해 한국 남성의 체형에 맞춘 패턴 ‘아시안 포워드 피치 시스템’을 새롭게 개발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그리고 편안함과 맵시,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슈트를 내놓았다. 제품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마에스트로

마에스트로, 동양인 남성 체형에 맞춘 새로운 슈트 개발 #새로운 패턴 공정 '아시안 포워드 피치 시스템’ 도입해 #재킷은 가슴 강조하고 허리 쏙 들어가 날렵하게 #바지는 S자 입체 패턴으로 굵은 허벅지·종아리 커버

한국 남자는 한국 남자의 체형에 맞게 만든 슈트를 입어야 한다. 마에스트로는 오는 8월 중순부터 동양인에 맞춘 새로운 패턴을 적용한 슈트를 만들어 선보인다.  

한국 남자는 한국 남자의 체형에 맞게 만든 슈트를 입어야 한다. 마에스트로는 오는 8월 중순부터 동양인에 맞춘 새로운 패턴을 적용한 슈트를 만들어 선보인다.  

-새로운 슈트 패턴이 나온 계기는.
“한국 남성이 슈트를 입은 모습은 서양 남성에 비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 보인 적이 많았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기원이 서양 복식에 있는만큼 그동안 남성 슈트는 고급 맞춤복이 아니고서는 주로 서양 남성의 체형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패턴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서양인과 다른 골격과 근육을 가지고 있으니 다른 사람의 몸에 맞춘 옷을 입은 것이다. 오랜 시간 한국 및 동양 남성 체형을 연구한 자료를 기반으로 기존에 끌고 왔던 서양식 복식 체계를 동양인에게 맞게 적용한 새로운 패턴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 남성은 서양 남성에 비해 어깨가 앞쪽으로 약간 굽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패턴전문가 타키자와 시게루씨가 사이즈 측정을 하는 모습.  

한국 남성은 서양 남성에 비해 어깨가 앞쪽으로 약간 굽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패턴전문가 타키자와 시게루씨가 사이즈 측정을 하는 모습.  

-어떻게 개발했나.
“지난해 브랜드 출시 30주년을 맞아 패턴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이 시작됐다. 그 일환으로 유명 남성복 패턴 전문가인 타키자와 시게루를 총괄 패턴 디자인 책임자로 영입했다. 그는 일본 패션학교 ‘맨스 패션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남성 슈트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 나폴리로 유학을 떠나 공부를 마쳤다. 또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인 '피티워모'에 출전하는 등 남성복 업계에서 왕성한 활동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올해 초 그의 주도 아래 각기 다른 체형을 가진 40여 명의 국내 남성들을 모집, 세부 사이즈를 측정해 한국 남성 체형의 특징을 연구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패턴 작업 방식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아시안 포워드 피치(A.F.P.)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사람 몸은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한 인체공학적 설계다. 그 대상은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 남성이다. 동양 남성의 체형과 근육 모양을 연구해 몸의 굴곡에 따라 옷 조각을 맞춰가는 방식의 ‘입체 패턴’을 사용한다."

-중점적으로 신경 쓴 부분은.
“슈트에 있어 스타일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게 활동성과 편안함이다. 하루 종일 입고 있는 옷이 불편하면 아무리 멋있어도 입고 있기가 힘들다. A.F.P.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입체 패턴은 입었을 때의 활동성을 극대화시킨다. 특히 비즈니스맨이 가장 불편해했던 소매의 설계 방식을 개선해 팔을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었다. 운전할 때나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볼 때 불편하지 않도록 말이다.”

아시안 포워드 피치 시스템을 적용한 슈트와 일반 슈트의 차이점. 일반 슈트(오른쪽)에 생기는 등 당김이 없어졌다. 

아시안 포워드 피치 시스템을 적용한 슈트와 일반 슈트의 차이점. 일반 슈트(오른쪽)에 생기는 등 당김이 없어졌다. 

-기존 슈트 패턴과의 다른 점은.
“재킷에서는 어깨와 옷깃, 그리고 등에 집중했다. 한국 남성은 서양 남성에 비해 어깨가 앞쪽으로 약간 굽어져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패턴의 어깨 끝점을 기존 재킷에서 사용하는 지점보다 앞쪽으로 옮겼다. 또 몸판을 먼저 연결하고 깃을 다는 기존의 슈트 제작 방식과 반대로, 깃을 중심으로 몸판과 소매를 연결시켜 옷이 어깨 끝에서 목까지 들뜨지 않고 부드럽게 밀착돼 올라가게 만들었다. 이를 ‘클라이밍 칼라 제작 방식’이라 부르는데, 최고급 남성복에서만 사용하는 고난도의 제작 방식이다. 거기에 네크라인 부분에 몰려있던 옷의 무게중심을 앞쪽, 구체적으로는 옷깃이 꺾이기 시작하는 부위로 이동시켜 들뜰 수 있는 어깨와 가슴 부분을 몸에 착 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와함께 등은 목 뒤부터 허리까지를 곡선으로 만들어 견갑골의 볼륨을 살리고 허리는 쏙 들어가 보이게 만들었다. 또 여유분을 넣어 움직이기 편하도록 만들되 겉으로 보기엔 눈치챌 수 없도록 절개선마다 1㎝ 내외로 잘게 분산시켜 숨겼다. 이런 세밀하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몸매가 훨씬 날렵해 보이면서 움직이기는 편한 재킷을 만들어졌다.”

S자 입체 패턴으로 허벅지 앞쪽과 종아리가 두꺼운 한국 남성의 체형을 보완했다.

S자 입체 패턴으로 허벅지 앞쪽과 종아리가 두꺼운 한국 남성의 체형을 보완했다.

S자 입체 패턴을 적용한 바지. 허벅지 뒷 부분의 당김 선이 거의 없어 맵시가 난다.

S자 입체 패턴을 적용한 바지. 허벅지 뒷 부분의 당김 선이 거의 없어 맵시가 난다.

-바지는 어떻게 달라졌나.
“한국 남성은 일반적으로 허벅지 앞쪽, 종아리, 엉덩이 근육이 상대적으로 발달해있다. 이를 감안해 각 부위에 1.3㎝의 여유를 주고 이를 둥글게 디자인해 착용감을 개선했다. 허벅지와 종아리는 튀어나오고 다른 부위는 들어간 ‘S자 입체 패턴’이다. 몸에 잘 맞으니 기존 평면 패턴으로 만든 바지를 입었을 때 사선으로 생겼던 당김 현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리가 가늘고 길어 보이는 효과도 난다.”

-배 나온 사람에게도 괜찮을까.
“A.F.P. 시스템으로 만든 재킷은 등판의 광배근을 따라 허리 뒷부분을 감싸 돌며 가슴의 볼륨을 살려준다. 일반적인 재킷보다 가슴이 강조되고 배가 들어가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낸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뱃살, 옆구리 살을 숨기기도 쉽다.”

-패턴 변화로 달라진 점은.
“일단 슈트 한 벌을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소요시간과 과정이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슈트 전용 공장에 입체 패턴에 따라 옷을 만들 수 있는 신규 공정을 추가해, 기존 200여 개였던 공정이 240개로 늘었다. 시간과 과정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논리보다는 ‘명품’을 만든다는 장인정신을 가지기로 결정해 시행한 일이다.”

-A.F.P. 시스템은 모든 슈트에만 적용되나.
“지금은 올해 가을·겨울 상품으로 나오는 프리미엄 슈트 라인인 '마에스트로x타키자와 시게루 컬렉션'에만 적용된다. 곧 재킷·코트·셔츠 등 전 품목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언제 출시되나.
“8월 중순부터 전국 마에스트로 매장에 선보인다. 가격은 99만원, 169만원의 두 가지 가격대로 출시한다. S라인 팬츠는 단품으로 판매하는데 가격은 20만원 대다.”

아시안 포워드 시스템을 적용한 슈트(왼쪽)와 일반 패턴의 슈트. 왼쪽 슈트는 가슴과 옷깃부분이 더 모델의 몸에 편안하게 잘 밀착되어 있다. 허리도 날렵하게 들어가 몸매가 좋아 보인다.  

아시안 포워드 시스템을 적용한 슈트(왼쪽)와 일반 패턴의 슈트. 왼쪽 슈트는 가슴과 옷깃부분이 더 모델의 몸에 편안하게 잘 밀착되어 있다. 허리도 날렵하게 들어가 몸매가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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