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ㆍ전단지 살포ㆍ부동산 대책이 만든 국회 ‘新 2 대 2’ 보혁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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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달 24일 국정원 댓글 의혹과 관련한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고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정동 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달 24일 국정원 댓글 의혹과 관련한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고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정동 기자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이 여야 구도를 다시 짜고 있다. 보수 정권 심판론을 주장하는 민주당·국민의당이 손을 잡고 전 정권을 공격하는 반면, 보수 야당인 한국당·바른정당이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신 보혁구도'란 분석이 나온다.
 20대 국회서 4당은 보수·진보를 뛰어넘어 사안별로 다양하게 손을 잡았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 당시엔 1대3(민주당 vs 야3당)구도가, 추가경정예산안을 둘러싸고는 3대1 (민주당ㆍ국민의당ㆍ바른정당 vs 자유한국당) 연합이 형성됐다.
 그러다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이명박 정부당시 국정원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 외곽팀’(댓글부대) 30여개를 운영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수 대 진보의 구도가 ·명확해졌다. 2012년은 이명박 정부 집권 시기이고, 2012년 대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선거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바른정당과 한국당 모두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빙산의 일각임에도 경천동지할 내용”(김현 민주당 대변인), “민심 조작을 위해 이명박 청와대가 지시하고 국정원이 행동대장으로 나선 것”(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정원 댓글부대’에 대한 검찰 수사 전망이 제기되자 보수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바른정당은 "정치보복, 정치공세로 비화하지 않도록 철저히 객관적으로 취급하길 바란다”(이종철 대변인)고 했고, 한국당은 “국정원이 정치보복 쇼에 개입하는 ‘국정원의 정치화’는 안 될 일”이라며 “국가안보를 위한 사이버역량 강화를 적폐로 몰아가면 적 앞에서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보수의 적자’를 자임하며 노선경쟁을 벌여왔던 두 당이 전 정권 탄압이라는 기치로 손을 맞잡은 셈이다.

민간단체가 살포하는 대북전단. [중앙포토]

민간단체가 살포하는 대북전단. [중앙포토]

 여기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혁간 갈등은 더 선명해졌다. 정부의 대북정책을 쟁점화시키며 각각 진보ㆍ보수 연대가 형성된 것이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대북전단을 막기 위해 한국 민간단체의 행동부터 강제적으로 막으려는 발상은 북한 정권의 눈치를 봐도 너무 보는 굴욕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고,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인식이 이것밖에 안 된다는 것에 놀랍고 절망을 느낀다”고 날을 세웠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자신의 SNS에 “문 대통령의 대북전단 살포 막을방법 강구하라는 지시에 대해 박수를 쳐야한다”고 주장한 것과 대비되는 반응이다.

 정부가 발표한 8ㆍ2 부동산 대책을 두고 보수 야당이 “노무현 정부 시즌2, 강남 겨냥한 분풀이”라고 비난하고, 민주당이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은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방조했다”고 화살을 겨눠, 부동산 대책도 보수 대 진보 구도를 띠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전정권 심판’ ‘대북정책’ 등으로 보혁 구도가 선명해지는 것을 두고 "지방선거를 앞둔 정계개편이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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