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에 보수야당 “평화 구걸했다” 맹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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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달 4일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 발사를 통해 미사일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및 단 분리 기술을 시험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4일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 발사를 통해 미사일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및 단 분리 기술을 시험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직후 주재한 회의에서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시스템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 보수야당이 일제히 맹공에 나섰다.

자유한국당ㆍ바른정당, 5일 일제히 논평 #“충격적, ” 비난 앞세워

5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믿을 수도 상상할 수 조차 없는 논의가 한 달 전 청와대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당시 (대통령이 주재한)회의는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처음 발사한 직후 열린 회의였고, 당연히 국민들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북한의 무력 도발에서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킬 방안을 모색했을 것이라 믿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실상은 국가 안보보다는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이틀 뒤에 발표할 베를린 구상에서 ‘적대행위 상호 중단’ 제안을 위한 준비 방안부터 모색하는 자리였다고 하니 정말 충격적이고 배신감마저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지금은 장미빛 결과를 꿈꾸며 지시를 내렸던 한 달 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정부는 북한에 민간대북지원을 포함하여 수차례 대화 등을 제안하고 기다렸지만 단 한번도 긍정적인 대답을 받지 못했다”고 현 안보정국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그는 헌법을 거론하며 대북 전단 살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대북 전단 살포는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평화통일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며, 이를 막는 것은 헌법상 평화 통일 정책 수립의무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한 공터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관계자가 대북전단 풍선을 띄우고 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한 공터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관계자가 대북전단 풍선을 띄우고 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바른정당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치며 맹공을 가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북 전단은 총알보다, ‘대포보다 강력한 무기로 알려졌고 북한이 대북 전단 문제를 틈만 나면 제기하는 이유도 그만큼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북확성기 방송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대북확성기 관련 의혹에)문 대통령은 즉답을 피하며 ‘남북 간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반복했지만 이번에 대통령이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방법을 찾으라고 한 사실이 알려지며 상황은 오히려 명확해져버렸다”며 “대북 전단을 막으려는 문 대통령이라면 대북확성기 방송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인식이 이것밖에 안 된다는 것에 놀랍고 절망을 느낀다. (김정은)독재 체제에 평화를 구걸한 대한민국 대통령을 통일이 된 후 북한의 동포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할까”라고 덧붙였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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