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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포퓰리즘 복지가 부른 포퓰리즘 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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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은 예상대로였다. 여당이 앞장서고 경제 관료가 어색하게 뒤를 따랐던 ‘부자 증세’ 방안이 그대로 담겼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분배를 개선하겠다는 게 세법 개정안의 취지라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정치적 고려 때문에 일방적·즉흥적으로 결정된 증세”라고 반대하고 나섰다. 국회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요란하게 증세를 얘기했지만 정작 이번 개정안으로 생기는 증세 효과는 5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새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178조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증세 없는 복지’를 표방했던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세법 개정안보다도 증세 효과가 떨어진다. 2013년 세법 개정안의 증세 효과는 9조2000억원이었다. 전격전처럼 진행됐던 ‘부자 증세’가 ‘증세 없는 세제 개편’보다도 못한 셈이다.

증세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세출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한다. 허투루 낭비되는 국민 세금이 없어야 납세자도 흔쾌히 지갑을 연다. 최저임금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하거나 공무원을 무리하게 늘리는 ‘포퓰리즘 복지’에 재정이 쓰인다면 납세자를 설득하기 힘들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증세가 꼭 필요하다면 중산층을 포함하는 보편적 증세가 돼야 한다. 국민개세주의 차원에서 근로소득자 면세자도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일반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에는 증세가 전혀 없다”며 선을 그어버렸다.

증세 논의가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편 가르기식 접근으로 이어지면 ‘포퓰리즘 증세’라는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정치적 부담이 없는 선택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세금 문제에 쉽고 편하기만 한 ‘꽃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