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항 가는 유일한 수송로 달려보니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신항의 배후 수송망인 신항∼가락IC 간 도로. 연약 지반으로 침하가 계속돼 곳곳이 울퉁불퉁, 차량이 다닐 수 없을 정도다. 부산=송봉근 기자

부산 신항의 유일한 배후수송로인 신항~가락인터체인지 간 도로. 남해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이 도로를 본지 취재팀이 16일 컨테이너 차량을 타고 달려 봤다.

길이 12m짜리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은 신항 입구에서 출발, 세산삼거리까지 편도 4차로를 제한속도(시속 80㎞)로 달렸다. 9㎞를 10분 만에 주파했다.

그러나 세산삼거리를 지나자마자 컨테이너 운전기사의 입에서 "도로가 왜 이래" "널뛰듯 하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차량이 갑자기 심하게 덜컹거렸다. 핸들을 꽉 잡고 자세를 곧추세우는 등 바짝 긴장했다. 차량 속도가 30㎞로 뚝 떨어졌다. 땅이 꺼지면서 생긴 요철(울퉁불퉁) 현상 때문에 속도를 갑자기 줄였기 때문이다. 도로 침하는 세산삼거리~조만교 간 2.2㎞ 구간이 특히 심했다. 과속방지턱 정도의 요철이 심한 곳도 수십 군데였다. 이들 지역을 지날 때마다 차량은 멈추다시피 했다. 미처 보지 못한 턱을 넘을 땐 머리가 차량의 지붕에 부딪혔다. 몸이 붕 뜨는 느낌에 손잡이를 꽉 잡아야 했다. 마치 파도를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옆을 지나가는 승용차와 청소차 등 다른 차량도 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레 지나갔다. 시속 30㎞ 이상을 달리지 못해 2.2㎞를 지나는 데 7분이나 걸렸다.

컨테이너 운전기사 신창용씨는 "화물이 든 컨테이너를 싣고 가다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전복 등 사고 위험이 높다"며 "앞으로 신항이 본격 운영돼 대형트럭들이 자주 다니면 교통사고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입구의 주유소 직원들은 "이 도로에서 '끼-익'하는 차량 급제동 소리 듣기 예사이고 차량에 실린 물통.짐짝 등이 도로에 떨어져 나뒹구는 것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인근에서 개장한 부산경남경마공원을 찾는 차량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컨테이너차량이 본격 운행하면 큰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 연약 지반에 졸속 개통=배후수송로가 울퉁불퉁한 것은 연약지반에 도로를 졸속으로 개통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생곡쓰레기매립장 진입도로인 생곡~가락IC(4.4㎞) 도로를 689억원을 들여 1997년 착공, 2000년 5월 준공했다. 이 구간을 포함해 신항~가락IC 구간(12.2㎞)이 제1배후도로로 지정될 예정이다. 문제의 도로는 준공 2년 뒤 침하가 진행됐다. 낙동강 하류 퇴적층이어서 지하 40m 이상의 연약층인데도 공사기간과 사업비 등을 감안해 30m 정도만 파일을 박는 등 보강했다.

이해수 부산시 의원은 "생곡쓰레기매립장 사용에 맞추기 위해 연결도로를 조기 개통하면서 연약 지반에 대한 충분한 보강을 하지 않아 침하가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안영기 부산시 건설방재국장은 "생곡쓰레기매립장의 조기 개장에 따라 접근도로로 사용하느라 충분한 침하 기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도 도로실태 조사보고서에서 연약 지반 개량공사를 하면서 자연침하를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도로를 포장했기 때문에 침하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어떻게 해야 하나=신항 개장에 따른 물동량 증가가 예상되면서 요철 현상이 심한 구간에 대한 근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전면 재시공은 쉽지 않다. 비용도 문제지만 공사기간에 도로가 제 기능을 못해 신항 물류수송에 큰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부산대 임종철(토목공학) 교수는 "컨테이너 차량이 하루 수백 대씩 다닐 경우 침하가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땜질식 보수는 한계가 있고 재시공은 엄청난 비용과 대체 도로 확보가 어려워 현실성이 낮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하자보수비로 3억4000만원을 사용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도로 보강 용역을 실시해 근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