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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본청 이전' 풍랑 만난 해경… 부활 후 첫 시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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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출범한 해양경찰청이 ‘본청 이전’이라는 풍랑을 만났다. 세종시 잔류와 다른 지역 이전을 놓고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자치단체 간 힘겨루기 양상도 전개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해양경찰청 현판식에서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왼쪽 여섯째)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지난달 27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해양경찰청 현판식에서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왼쪽 여섯째)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해양경찰청은 지난달 27일 박경민(54) 해경청장 취임과 함께 현 정부세종2청사(17-2동)에서 현판식을 열었다. 17-2동 청사는 해양경찰청이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 때 사용하던 건물이다. 이 건물에는 조직 개편에 따라 행정안전부 외청으로 독립한 소방청도 입주해 있다. 행정안전부 내 재난안전관리본부도 청사를 함께 사용한다. 이들 기관 모두 조직개편 전에는 국민안전처 소속으로 한 가족이었다.

숙원이던 '독립' 이뤄낸 뒤 대통령 공약 따라 본청사 환원 가능성 #내부에서도 잔류-이전 엇갈려… 박경민 청장 "여론 수렴 하겠다" #세종 "본청은 정책부서 불과"vs인천 "세종이전 자체가 문제" 맞서

해양경찰청은 숙원이던 ‘독립 외청 부활’을 이뤄냈지만, 본청(청사) 위치를 놓고 고민이 크다. 출범 직후부터 본청 이전 논란에 휘말리고 있어서다.

지난달 27일 정부세종2청사 해경경찰청 본청에서 직원들이 새로 바뀐 현판을 보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지난달 27일 정부세종2청사 해경경찰청 본청에서 직원들이 새로 바뀐 현판을 보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해경은 2015년 9월 인천시 연수구 옛 해경청사(현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세종으로 본청을 이전하면서 400억원을 썼다. 상황실 설치, 집기류 구입, 이사비용 등에 사용한 금액이다. 세종청사에 잔류하면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 않지만 인천이나 부산 등 다른 지역으로 본청을 옮기려면 수백억 원의 예산을 또 투입해야 한다.

최근 해경 내부게시판에는 ‘해경 본청이 세종에 남아야 조직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글이 수백여 개 올라와 있다.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오른쪽 둘째)이 청사 내 사무실을 둘러보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헤양경찰청]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오른쪽 둘째)이 청사 내 사무실을 둘러보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헤양경찰청]

본청에 근무하는 해경 직원은 “해경본부가 세종에 있는 동안 다른 부처·기관들과 교류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본청 이전으로 교류가 단절되면 예전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직원도 “(본청)위치를 선정하는 데 합리적 근거 없이 정치논리, 지역발전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재난안전기관인 행정안전부, 소방청 등과 신속한 업무협조를 위해서라도 세종 잔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인천시 연수구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열린 관서기 계양식에서 이원희 중부해경청장(오른쪽)이 경계를 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지난달 26일 인천시 연수구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열린 관서기 계양식에서 이원희 중부해경청장(오른쪽)이 경계를 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해경 본청을 인천으로 이전하려면 옛 본청에 입주해 있는 중부지방해양경찰청과 인천해양경찰서의 이전도 검토해야 한다. 두 기관을 현재대로 두려면 청사를 새로 짓거나 민간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해경 본청은 정책수립과 총괄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현장에는 이미 기능기관(지방경찰청)이 배치돼 있다”며 “정부가 조직과 부처의 위치 문제를 잘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인천시 연수구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열린 관서기 계양식에서 중부해경청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지난달 26일 인천시 연수구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열린 관서기 계양식에서 중부해경청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반면 인천은 예전대로 본청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천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지역 1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1순위로 ‘해양경찰청 부활과 인천 환원’을 내걸 정도로 청사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인천지역 국회의원들도 여야를 떠나 공동결의문을 발표하면서 해경 환원에 사활을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데다 대치 중인 남북·한중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부활한 해경을 원래 위치인 인천으로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300만 시민과 함께 해경 부활을 이뤄냈고 마지막으로 인천으로 가져오는데 온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인천시 연수구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열린 현판식에서 이원희 중부해경청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지난달 26일 인천시 연수구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열린 현판식에서 이원희 중부해경청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해경부활·인천환원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간사인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인천은 남북간 대척점인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교전하는 지역이자, 한·중간 배타적경제수역(NLL)을 두고 다투는 지역”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해군이 움직이면 자칫 전시상황으로 확대될 수 있어 완충역할을 할 수 있는 해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세종시에 남아야 한다는 주장은)해경이 뭍으로 간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상당히 비합리적인 사고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세월호의 정치적 책임을 해경에 씌우려고 해체해 세종시로 보낸 것이어서 (세종시에)남아야 한다는 일부 여론이 타당성이 있다는 논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은 지난달 27일 인천경찰청장 이임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해경 본청 직원들은 세종시에 남는 것을 희망하지만 이는 본청 직원들의 의견”이라며 “전국 해경을 상대로 여론을 수렴해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세종·인천=신진호·임명수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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