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 주역' 김현종, 10년 만에 개정 협상 이끈다

중앙일보

입력 2017.07.30 15:56

업데이트 2017.07.30 17:14

문재인 정부는 통상교섭본부를 부활시켰다. 통상교섭본부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설치됐다가 2013년 통상기능이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이관될 당시 장관급 조직에서 사실상 차관보가 이끄는 실ㆍ국 단위로 축소됐다. 통상조직이 4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문재인 정부,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 임명]

참여정부 시절에도 통상교섭본부장 맡아
한미FTA 비롯한 주요 FTA 성사시켜

재개정 트럼프 '요구' 대응 숙제
노조 등의 반대 목소리도 잠재워야

대내적으로 통상교섭본부장은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는 ‘통상장관’ 지위를 부여한다. 영문명도 ‘minister(장관)’를 사용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현실화하는 등 통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이를 전담한 조직의 ‘급’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현종

김현종

새 정부 첫 통상교섭본부장에 김현종 한국외대 교수가 임명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0일 “김 본부장은 경제 통상분야 전문가로서 주요 교역국과의 FTA 업무를 체결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당면한 통상 현안들을 차질없이 해결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말했다.

신임 김 본부장은 한·미FTA 협상 주역으로 꼽힌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당시 45세 나이에 장관급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2007년까지 3년여간 45개 국가 및 지역들과 FTA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한·미FTA를 비롯해 한국 최초의 FTA인 한·칠레 FTA와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을 탄생시키는 데 공헌을 했다.  그가 10년 만에 문재인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 수장에 올랐다. 다만 통상교섭본부가 외교부가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구라는 게 다른 점이다.

 그는 치밀하고 저돌적인 전략가로 꼽힌다. 과거 외교부 내에선 “김현종이었기에 FTA가 가능했다”는 얘기도 회자하기도 했다. 이후 주유엔(UN) 대사와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 교수로 재임 중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도 맡고 있다.

지난해 2월 4ㆍ13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됐고, 인천 계양갑에 출마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김 본부장은 당시 영입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제가 정부에 있을 때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모셨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과거 자서전 ‘운명’을 통해 “한·미 FTA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빼놓을 수 없다”면서 “본부 내에서 평가가 좋았다. 충분한 검증과 실력을 인정받게 한 후 본부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럼만큼 김 본부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될 거란 시각이 많았다.

김 본부장 앞에는 한·미 FTA 재협상이란 난제가 놓여있다. 이와 관련 신임 김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향후 정책에 대해 “대외정책 중에서 쉽게 손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통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가장 먼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공정하게 고치자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라며 “다음은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으로 이는 오바마 정부도 포기한 것이라 부활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인터뷰에서 김 본부장은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를 손댈 가능성이 작다”고 밝혔는데, 이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재협상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에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를 요청했고, 이에 대해 한국은 “FTA의 경제적 효과를 먼저 분석하자”고 제안하는 등 양측이 한미FTA 재협상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노조의 반발은 김 본부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9개 시민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김현종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오류를 되풀이하는 첫걸음”이라며 “김현종은 대기업 이익을 위해 국내 공공정책을 말살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중앙포토]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중앙포토]

다음은 지난해 12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의 주역인 김현종(57ㆍ전 통상교섭본부장) 한국외대 교수는 남다른 돌파력과 자신감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어 온 ‘화제의 인물’이다.
 그가 최근 또 한번 일을 냈다. 미국의 보이콧으로 장승화 서울대 교수의 연임이 좌절됐던 세계무역기구(WTO) 상소 기구 재판관으로 지난해 11월 선출됐다.

김 교수의 전공은 통상법이나 그의 관심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외교관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대학 때 국제정치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세계적 현안에 남다른 식견도 갖추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반년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펼쳐질 세계에 대해 면밀히 조사했다.

트럼프의 특징은.

“세 가지다. 그는 예측하기 불가능하다는 비주류 협상가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본인은 다 알면서도 각료 임명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는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판을 키운다는 점이다. 셋째로 앞의 두 가지 원칙을 이루기 위해 자기만의 고급 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의 한국 관련 공약이 변할까. 

“주목해야 할 대목은 공약 중에 지키기 쉬운 것과 어려운 게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안보정책의 기본 틀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거의 안 바뀐다. 트럼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대외정책 중에서 쉽게 손댈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바로 통상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가장 먼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공정하게 고치자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으로 이는 오바마 정부도 포기한 것이라 부활하긴 어렵다. 그 이후에야 한ㆍ미 FTA를 손댈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먼저 추가 협상을 하자고 나서지 않는 이상 그렇게 될 공산은 적다고 본다.”

방위비 분담금은 어떻게 될까.

“트럼프가 고려하는 한국 관련 이슈는 두 가지다. 먼저 주한미군 비용으로 우리가 9000억원, 미국이 1조원을 부담한다. 다음은 한ㆍ미 FTA로 미국 측 무역적자는 커지고 일자리가 줄어 자신들에게 불리한 조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는 숫자는 서비스 분야에서 100억 달러 흑자와 78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 판매 부분이 빠져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일단 ‘못 올린다’고 버티면서 ‘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따른 혜택도 따져보자’고 받아쳐야 한다. 일본의 보호와 중국의 부상 견제는 미국의 주요 목표라 트럼프에게도 주한미군은 중요하다. 다만 유념해야 할 대목이 있다. 얼마 전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가 뮤지컬을 보러 갔다 관중과 배우에게 모욕을 당했다. 이 소식을 듣고 트럼프가 몹시 화를 냈다고 한다. 그 까닭은 자신이 표방해 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정신을 이들이 존중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여기서 보듯 우리의 희망을 이루려면 미국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고 당신이 필요한 것은 이것이니 서로 잘해 보자’는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설사 방위비 분담액을 올리게 되더라도 핵심적인 반대급부를 챙겨야 한다는 얘기다. 핵폐기물 재처리 허용, 원화- 달러 간 통화스와프 체결, 1단계 위성 발사체 기술 이전, 3000t급 핵잠수함 건조 허용, 800㎞로 묶여 있는 미사일 사거리 확장, 이 다섯 가지를 얻어내면 나름 의미 있다고 본다.”

북핵 문제는 어떻게 될까.

“미국의 바람은 우리가 해결책을 제시하면 이를 따라가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것도 우리 스스로 해결책이 없는 탓이다. 미국은 한국이 한ㆍ미 동맹에서 이탈하는 것을 가장 걱정한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남북 교류를 단절시킨 5ㆍ24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면서 평양과 대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차원에서 다음 대통령 당선인의 첫 해외 방문지는 워싱턴ㆍ베이징이 아닌 평양이 돼야 하지 않겠나.”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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