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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만 열리는 가계지갑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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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호 02면

29일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맞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출국자 수는 10만5000명으로 잠정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경록 기자

29일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맞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출국자 수는 10만5000명으로 잠정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경록 기자

국내 소비가 갈수록 위축되는 가운데 여름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객은 급증하고 있다.

음식·숙박업 10개월연속 마이너스 #인천공항 출국자는 사상 최대 #“국내서 지갑 열 분위기 조성돼야”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숙박·음식점 등의 서비스업 생산은 1년 전보다 4%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서비스업 생산은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작성된다. 세부 업종별로는 음식점이 지난해 9월 1.8% 역성장을 기록한 뒤 10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점 및 비알코올음료점은 지난달 2.5% 감소해 지난해 8월 이후, 숙박업은 5.5% 감소해 지난해 9월 이후 죽 내리막세다.

통계청은 2000년 관련 통계가 발표된 이후 숙박·음식점업 생산이 10개월째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주머니 사정이 얄팍해진 가계가 국내 여행이나 외식에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여기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이어지면서 중국 관광객(유커)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지난달 숙박·음식점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만8000명 줄었다. 이 분야 취업자가 감소한 것은 201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반면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9일 출국자 수는 10만5000명으로 잠정 집계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휴가철 성수기(7월 15일~8월 15일)엔 출국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한 281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해외 소비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국내 거주자의 해외경비(일반여행 지급)는 105억8580만 달러(약 12조원)에 달했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쓴 돈이 매달 평균 21억 달러에 이른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숙박·음식점업의 부진이 자칫 장기적인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루빨리 정부의 내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력 있는 소비자들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지갑을 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부터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회원제 골프장과 요트 등에 높은 개별소비세를 매기는 소비 억제 정책을 펴고 있는 탓에 부유층이 국내에서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산층도 평소 소비를 줄이는 대신 휴가철 물가가 싼 해외를 찾는 경향이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관광 소비가 5% 증가할 때 내수 파급효과는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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