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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왜 28일 밤 미사일 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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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최대 미사일 사거리를 과시한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날짜로 택한 28일은 지난 4일 1차 시험 발사 뒤 24일 만이다. 28일 북한이 쏜 미사일은 최고 고도  3724.9㎞, 비행 거리 998㎞로, 지난 4일에 비해 고도 900여㎞, 비행거리 60여㎞가 늘어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4일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 독립절(독립기념일)에 선물(미사일 발사)을 줬다”며 “앞으로 크고 작은 선물을 자주 주겠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언급 뒤 24일 만에 사거리를 대폭 늘려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되는 미사일을 쏜 것이다.
 특히 김정은은 6ㆍ25 전쟁 정전협정기념일인 27일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를 지시한 점에 정부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첫 단계로 27일을 기해 휴전선 일대에서 남북간 적대행위를 금지하자”고 제안한 ‘D-데이’에 오히려 미사일 카드를 꺼낸 것이다. 한국 정부는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열어 적대행위를 중단하자고 지난 17일 제안을 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다음달 4일 금강산에서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추도식을 하겠다는 현대아산의 제안도 “올해는 어렵게 됐다”며 거부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미 정전협정체결일을 기해 미사일을 발사하기로 내부적으로 정한 뒤여서 남북 대화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 등이 아예 회담을 해야 한다는 제기를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으로 20여 일 만에 고도를 900㎞ 가까이 증가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미 개발해 놓은 미사일에 엔진 추력이나 연료를 조절해 가며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28일 미사일을 쐈지만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해 미사일을 쏜 것처럼 이번에는 정전협정체결일을 이용해 국제사회의 대화나 외교적 노력에 거부의 뜻을 명확히 했다는 얘기다. 다만 당일 북한 지역의 날씨가 좋지 않아 하루 연기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원장은 “북한은 다섯 차례의 핵실험과 지속적인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에 닿을 정도로 위협적인 무기의 완성 단계에 접어 들고 있다”며 “정전협정 체결일에 오히려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전쟁이든 대화든 양자택일 하라는 압박의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북한이 정전협정체결 당사국 중 하나인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과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갖춰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당분간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회담 등에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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