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판결에 반발하는 여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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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직권남용·위증으로 징역 3년을, 조 전 장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직권남용·위증으로 징역 3년을, 조 전 장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대해 집권여당이 강하게 비판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배고픔에 떡 하나 훔쳤다고 징역 3년을 사는 대한민국에서 나라의 근간을 흔든 대역 죄인들이 징역 3년을 선고받거나 집행유예로 석방됐다”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김기춘 스스로가 사약을 마시고 끝내고 싶다고 할 정도의 중대범죄를 법원이 이토록 가볍게 처리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민 법감정을 외면한 법원의 판결은 천양현격(天壤懸隔: 하늘과 땅사이 만큼 큰 차이)이라고 할 것”이라고 법원을 공격했다. “국정농단과 헌정파괴를 한 주범들에게 국민은 어떤 관용도 베풀 용의가 없음을 법원이 똑똑히 깨달아야 한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민주당 최고위원도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한 법원의 선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청와대 정무라인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최고위원은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징역 3년 선고는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떠나갈 듯 소란을 피웠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뜻)이다. 재판장은 헌법위배, 명백한 불법이라고 일갈하면서도 형량은 3년으로 줄였다”며 “국정농단 주범에 대해 면죄부 준 것이란 국민의 비판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판결대로라면 조윤선 전 장관은 투명인간이라는 것”이라며 “법조인 출신들끼리 봐주고 하는, 팔이 안으로 굽는 판결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노 원내대표는 “블랙리스트를 이용해 어디는 돈을 더 주고 어디는 덜 주고 한 TF가 정무수석실 산하에 있었다. 조 전 장관은 정무수석인 상태에서 진행을 다 알았고, 중단시킬 권한도 있었다”며 “(정무수석의) 역할이나 책임에 대해 축소해서 재단했다고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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