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부패 공무원에 "개과천선과 죽음 중 선택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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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도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연합뉴스]

로드리도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에는 부패 공무원들을 향해 개과천선과 죽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엄포했다.

"의문스러운 돈은 의문사로 직결될 것" #경제단체 행사에서 부패에 단호한 조치 공언 #"학교 폭파하겠다" "옥스퍼드대는 얼간이 학교" 등 연일 막말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이 한 경제단체 행사에서 부정한 공무원들이 갈취나 기타 부패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간 필리핀스타가 28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부패 공무원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약속하며 "그들이 다시 뇌물을 요구하면 내가 죽이겠다. 의문스러운 돈은 곧 의문사와 같은 뜻임을 알라"고 경고했다.

이는 필리핀에서 경찰이나 자경단의 마약용의자 '묻지마식' 사살 논란이 이는 가운데 부패 공무원도 그런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에는 많은 실업자가 있다"며 부패 공무원을 주저 없이 해고하고 그 빈자리를 구직자들로 채우겠다고 강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4월 호주산 소방차의 도입 비리 의혹에 연루된 자신의 측근 이스마엘 수에노 내무장관을 해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6월 말 취임 이후 부패·비리 의혹 관료들의 명단을 공개하며 '부패와의 전쟁'도 벌이고 있지만, 불법 마약 매매나 각종 인허가 등을 둘러싼 공무원 또는 경찰관의 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중앙포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중앙포토]

한편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은 연일 막말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6일엔 "학생들을 반정부군으로 키우고 있는 원주민 학교들을 폭파해버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다음날엔 두테르테가 지난해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인터넷 여론조작에 20만 달러(2억2300만원)를 썼다는 영국 옥스퍼드대의 연구 결과에 대해 "옥스퍼드대는 얼간이들이나 다니는 학교"라며 격분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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