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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대신 자산 축소에 집중 … 시장에 ‘긴축 신호’ 보낸 Fe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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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14년 10월 29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채권(국채, 부동산담보대출증권 등)을 더는 사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Fed가 보유한 자산은 4조4800억 달러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조 달러가 채 안 되던 자산이 양적 완화(QE·Quantitative Easing) 정책으로 가파르게 증가한 결과다.

이르면 9월 말 4조 달러 자산 매각 #주식 시장 ‘과한 거품’ 우려한 듯 #“경기 침체 대비, 정책 수단 확보용”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Fed가 보유한 자산의 축소를 ‘비교적 이른(relatively soon)’ 시일 안에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양적 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 신호를 보낸 것이다. Fed가 이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내린 결정이다.

Fed는 성명에서 “예상대로 경제가 돌아가면 위원회는 대차대조표 정상화 계획을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성명에서 ‘올해(this year) 안’으로 표현한 보유 자산 축소 시점이 앞당겨질 것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그 시점이 9월 말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의 관심은 Fed가 자산 축소에 집중하겠다는 신호에 쏠렸다. 기준 금리 인상은 뒤로 미루면서 자산 축소에 들어가는 배경에 대해 월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옐런

옐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양적 긴축을 앞세우는 것은 “주식 시장에서 펀치 보울(부양책)을 치우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경기 과열보다는 주식과 같은 자산 시장의 과도한 상승과 거품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Fed가 금리를 올리면 은행들은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 신용 확대를 꺼리게 된다. 하지만 양적 긴축이 이루어지면 Fed가 보유했던 국채와 부동산담보대출증권(MBS)이 시장에 풀려 가격이 떨어진다. 결국 채권 수요가 늘면서 주식 시장 과열을 막을 수 있게 된다고 WSJ은 설명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는 미국 CNBC방송에 출연해 “Fed가 양적 긴축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기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적 긴축은 장기 금리에, 금리 인상은 단기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데, 지금처럼 빚을 많이 진 경제에서는 단기 금리가 가파라지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충분한 긴축 효과를 달성하지 못한 경험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경기가 침체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미리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리 인하 외에 양적 완화라는 정책 수단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 긴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제 하락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에 대차대조표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금리 인하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빠를 수록 좋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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