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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운 일자리는 간병도우미 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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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5일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제2차 일자리 만들기 당정 공동특별위원회 회의에 늦게 도착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미안한 듯 혀를 내밀며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왼쪽은 장하진 여성부 장관. [뉴시스]

저소득층을 위한 단기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다. 일자리에서부터 출산과 장례비용 지원 등 다양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다짐하고 난 뒤 복지.교육.노동 등 관련 부처들의 관심은 온통 저소득층 지원에 쏠려 있다. 하지만 백화점 물품처럼 나열된 각종 부양책은 실효성과는 거리가 먼 것도 적지 않다.

인천시는 지난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뒷골목 청소요원 1112명을 뽑았다. 여기엔 4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7개월 뒤 노인 취업자들은 모두 '퇴직'했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함께 임금을 부담하는 이 사업은 예산 사정상 이 기간만 일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올해에는 200명 이상 늘어난 1338명을 새로 뽑는다. 하지만 이들 역시 짧은 취업기간 이후에는 물러나야 한다. 시의 노인 일자리 담당자는 "정부의 정책이 양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국민 세금으로 저소득층이나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 게 아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노인 일자리 3만5000개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 기간이 끝난 뒤 계속 일하고 있는 노인들은 거의 없다. "정부가 숫자상으로 생색만 냈다"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다.

◆ 반복되는 저소득층 부양책=복지부는 15일 노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취약계층을 위해 보건의료 서비스와 복지 분야에서 20만9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다.

노인 일자리 8만 개, 빈곤층을 위한 자활근로사업 7만 개, 가사.간병 도우미 1만3000개, 노인요양시설 확충에 따른 시설종사자 일자리 1만3000개 등이다. 이는 지난해 10만3000개보다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투여된 국민 세금도 막대하다. 노인 일자리 창출에 1106억원, 저소득층 일자리 지원에 2337억원이다. 복지부는 이런 식으로 세금을 투자해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고 2009년의 목표는 일자리 46만 개 창출이다.

하지만 이 중에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는 사회적으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간병 도우미 정도다.

복지부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자활을 돕기 위해 일자리를 구해 주거나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끊기고 난 뒤 실제로 몇 %나 자활에 성공했는지 통계조차 없다.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사회.보건서비스 분야는 시장이 잘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재원을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면서 "단지 저소득층의 일자리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인적.고용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인천시의 최모(51)씨는 남편과 함께하던 식당이 실패해 기초생활수급 지원 대상자가 됐다. 최씨는 지난해 5월부터 2개월간 간병 교육을 받은 뒤 노인 요양시설에서 간병 일을 하고 있다. 아직 월 65만원의 적은 수입이지만 경력이 쌓이면 월급도 120만~150만원으로 늘게 된다. 최씨는 유료 요양시설에 취업하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피, 자립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최씨 같은 성공사례는 별로 많지 않다.

노동연구원 황준욱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늘린다고 몇 개월짜리 임시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봤자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임시 일자리가 계약직으로라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 훈련과 직업 알선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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