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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나다 방위상 전격 사퇴의사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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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사진) 일본 방위상이 27일 전격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남수단 평화유지활동(PKO)을 위해 파견된 자위대 문서 은폐 의혹과 관련된 방위성 특별감찰단의 감찰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서다. NHK와 아사히 신문 등은 “이나다 방위상이 감독 책임을 지겠다고 사임 의사를 굳혔다”며 “사직서는 감찰 결과가 발표되는 28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간 이나다 방위상은 남수단에 파견된 자위대 부대 관련 문서의 은폐 사실을 모른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문서 은폐를 승인한 적도 없고, 자위대에 (문서가) 보관돼 있다는 보고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방위성 간부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 방위성 측도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남수단 파견 자위대의 일일문건이 폐기됐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후 관련 전자문서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방위서의 거짓 주장에 대해 지난 3월부터 방위상 직속 감찰본부가 특별감사를 벌였다.

자위대 문서 은폐 의혹으로 결국 물러나 #극우파로 수차례 구설, '여자 아베' 별명 #전쟁 피해자 위로 뒤 바로 야스쿠니 참배

아베 일본 총리와 이나다 방위상(오른쪽) [아사히 신문 홈페이지 캡쳐]

아베 일본 총리와 이나다 방위상(오른쪽) [아사히 신문 홈페이지 캡쳐]

일본 언론들은 “특별감사 결과가 이나다 방위상에게 불리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논란이 더 확산되기 전에 스스로 사임을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사임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이나다를 감싸면서 사실상 임기를 연장해줬다. 아베 총리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변호사 출신인 이나다 방위상은 ‘여자 아베’로 불릴 정도로 극우 성향을 보여왔다. 지난해 8월 입각 후 잇단 실언과 거짓말로 아베 내각의 지지율 급락의 주범으로 지목을 받았다.
지난해 말엔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태평양 전쟁의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위로한 직후 바로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관련국들의 반발을 불렀다.
올 3월엔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을 받은 모리토모(森友) 학원과의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변호사 시절 이 재단의 변론을 맡은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달 도쿄도의회 선거전에서 한 ‘자위대 발언’은 사퇴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나다 방위상은 “방위성, 자위대로서도 부탁하고 싶다”며 자민당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해 자민당 참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나다 방위상은 다음달 3일 예정된 개각에서도 교체 1순위로 꼽혀왔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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