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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안희정 살해하겠다"… CIA에 협박메일 보낸 30대 '과대망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정보기관에 안희정(52) 충남지사를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메일을 보낸 혐의로 검거된 30대 남성은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중앙포토]

안희정 충남도지사. [중앙포토]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미국 정보기관인 CIA(중앙정보국)에 ‘안 지사를 살해하겠다’고 메일을 보낸 혐의(협박)로 A씨(33·무직)를 검거, “안 지사가 자신을 아는 척하지 않고 위험한 인물로 판단해 메일을 보낸 것”이라는 진술을 받았다고 28일 밝혔다.

검거된 30대 "안 지사가 이상한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 같다" 횡설수설 #형법상 '반의사불벌죄'… 안희정 지사 측에서 원하지 않으면 처벌못해

A씨는 지난 22일 CIA 홈페이지에 접속해 ‘2003∼2004년 사이 ○○대학에서 발생한 일의 복수로 안희정 충청도지사를 살해하고 싶다(I want to kill the governor of chungchung, An Hui-chong, in revenge for 2003-2004 at ○○University)’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영문 이메일 작성은 인터넷 번역기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4일 CIA로부터 이메일 접수 사실을 통보받은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안 지사의 신변 보호에 나서는 한편 A씨 소재 파악에 나섰다. 안 지사는 경호 대상이 아니라서 일선 경찰서의 형사들이 외부 행사 때 사복을 입고 신변을 보호했다. 충남도청 청사와 관사에서는 도청 소속 청원경찰들이 경비를 강화했다.

경찰은 A씨가 CIA에 남긴 이메일과 IP주소 등을 근거로 27일 낮 12시10분쯤 경북 영주시의 한 주택에서 그를 검거했다.

충남경찰청 청사 전경. [중앙포토]

충남경찰청 청사 전경. [중앙포토]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안 지사가 이상한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 같아 미국 정보기관에 알리기 위해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살해하겠다는 글을 쓴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횡설수설했다.

이어 “대학 신입생 때인 2003년과 OO대를 방문한 안 지사와 우연히 만나 밥을 먹었는데 나를 아는 척하지 않았다”며 “그가 북한을 찬양하고 동조하는 세력으로 정보기관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북지역의 한 대학을 나온 A씨는 자신이 안 지사와 대학 동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부모는 경찰에서 “아들이 정신병 관련 치료를 받은 적이 없지만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내성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몇 년 전부터 이상한 행동을 했다”는 A씨 주변 인물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신질환자에 의한 해프닝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은둔생활을 하던 A씨가 과다망상·피해망상에 빠져 특정 인물에 대한 반감을 갖고 이번 일을 벌인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범죄는 형법상 반의사 불벌죄로 안 지사 측에서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며 “정신상태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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