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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위 수술 자국 선명한데 투표하러 의회 온 매케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혈전제거 수술 과정에서 뇌종양 진단을 받은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이 25일(현지시간) 약 1주일 만에 의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언론 카메라는 이날 오후 3시쯤 워싱턴 의회에 도착한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 해 잡았다. 혈전제거 수술 자국이 명확하게 남은 그의 왼쪽 눈썹 위가 도드라졌다. 와병 중임에도 그의 ‘의정활동’에 대한 식지않은 열정은 동료들에게 보내는 연설에서 드러났다.

지난주 혈전제거 수술 과정에서 뇌종양 발견돼 치료 중 #“의회가 하는 일 없다”“대통령 부하 아니다” 동료들 독려 # 상원 100명 전원 투표, 죽어가던 오바마케어폐지 논의 시작 # 외유 의원들로 추경안 표결 위태했던 한국 국회와 대조 #

 “우리는 지금 아무 것도 하고 있는 게 없다. 정말로 우리가 올해 한 것은 연방대법관으로 닐 고서치를 인준한 것 뿐이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오바마케어 폐지를 위한 토론을 시작할지를 상원에서 표결한 뒤 동료의원들을 상대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행정부와 비공개 논의를 한 다음 (오바마케어를 수정하려고) 노력했고, 각종 문제 제기들을 무시하고 억지로 통합하려고 했다”며 “나는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작동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가 기억하는 다른 어떤 때보다 지금 더 당파적이 되고 더 파벌적”이라며 “서로에게 솔직해지자. 그리고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오바마케어 페지 토론 개시에는 찬성했지만 연설에서 트럼프 케어가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을 위한 의료예산을 축소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상원의 역할과 관련해 “우리는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 그와 우리는 평등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원이 25일(현지시간) ‘건강보험 안건’의 토론 개시 여부를 놓고 표결을 실시한 가운데 찬성 51표 반대 50표로 통과됐다는 자막이 중계 화면에 뜨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상원이 25일(현지시간) ‘건강보험 안건’의 토론 개시 여부를 놓고 표결을 실시한 가운데 찬성 51표 반대 50표로 통과됐다는 자막이 중계 화면에 뜨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진행된 오바마케어 폐지 토론 개시를 여부에 대한 상원 투표에서는 상원의원 1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반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 결과 찬성과 반대는 각각 50표로 동수를 이뤘지만 상원의장을 겸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찬성표를 던져 가결 처리했다.

이날 가결의 1등 공신은 매케인 상원의원이었다. 그는 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병상에서도 “의회가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표결에 참석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지역구인 애리조나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의회를 찾았다. 이 모습이 공화당 의원들을 뭉치게 한 원동력이 됐고 죽어가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1호’ 논의를 되살렸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투표 전 이런 매케인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서 “존 매케인이 투표하러 온다니 정말 대단하다. 미국의 용감한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족수 미달로 추가경정예산안 표결이 파행을 겪자 참석 의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족수 미달로 추가경정예산안 표결이 파행을 겪자 참석 의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케인 상원의원의 이날 행보는 최근 대한민국 국회에서 추경안 표결을 놓고 벌어진 상황과 대비된다.
지난 22일 정부와 여당이 주도했던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26명의 불참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었다. 불참 의원들은 해외 출장, 개인 일정 등의 이유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해명에 나서고 당은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비판이 줄지 않고 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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