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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표준적 세계관이 어긋났다는 경고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포퓰리즘의 세계화
존 주디스 지음
서병훈 해제
오공훈 옮김, 메디치

언제부턴가 선거철만 되면 포퓰리즘이 활개를 친다. 최근 미국의 트럼프와 프랑스의 르펜의 활약이 대표적이다. 정치·사회 분야 전문 저술가인 저자에 따르면 이는 분명 좋지 않은 신호다. 지배적인 정치 이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국민의 지향이 그간 표준이 됐던 세계관과 어긋날 때 그 틈을 비집고 나오는 것이 포퓰리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포퓰리즘의 태동부터 짚어간다. 포퓰리즘은 1800년대 후반, 미국 인민당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당시 미국 중서부와 남부의 대평원 농장지대는 극심한 가뭄으로 폐허가 된다. 농민들을 더욱 절망시킨 건 철도회사였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던 철도회사는 농민들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농산물 운송비를 인상한다. 이는 결국 농민들의 동맹을 야기했고, 이 농민 동맹에 기반해 인민당이 제3 정당으로 등장한다. 인민당은 철도와 같이 필요불가결한 산업의 국유화를 역사상 최초로 정부에 요구했고, 이는 추후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같은 공화당 정치인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인민당에서 시작된 포퓰리즘은 사회에 균열이 일 때마다 등장했다. 미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대규모 이민자 수용이 미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국민의 불안이 임계치를 넘었음을 보여줬고,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의 약진은 양극화에 대한 불만의 정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저자는, 포퓰리즘이 인종차별·외국인 혐오·이민배척 등 과격한 언어로 사회 내 증오를 부추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정책의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 이를 단순히 ‘대중영합주의’라고 칭하며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건 아니라고 본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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