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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주민반대로 사드 전자파 안전성 검증 무기한 연기

중앙일보

입력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경북 성주군 소성리 주민들이 지난달 군 관련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다. 백경서 기자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경북 성주군 소성리 주민들이 지난달 군 관련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다. 백경서 기자

국방부는 경북 성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에서 전자파 안전성 검증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21일 밝혔다.

성주투쟁위 "사드 운용 중단하고 철거" 요구 #국방부 "전자파 측정, 주민 우려 덜어내기 위한 절차"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이날 “현지 주민과 협의해 사드 기지의 전자파 안정성 측정을 시행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취소했다”며 “관련 단체의 반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대 이유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국방부는 앞으로 주민 여론을 수렴해 전자파 측정과 확인을 원할 경우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관련 단체들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드를 우선 철거하라는 요구에 대해선 한마디 설명도 없었으면서 갑자기 전자파 측정을 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주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먼저 사드 운용 중단, 그다음 철거, 이후 전자파 측정을 포함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3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열린 사드 반대 집회.  백경서 기자

지난 13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열린 사드 반대 집회.  백경서 기자

박희주 김천시의회 의원은 "당장 전자파 측정을 왜 하겠느냐. 국방부에서 사드 기기를 추가로 넣으려는 것"이라며 "전자파를 측정한 뒤에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미군이 가지고 있는 나머지 4기의 사드를 넣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전자파 측정은 사드 기지의 환경영향평가 항목에 들어가지 않았다. 주민들의 우려를 덜어내기 위해 준비한 절차”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당초 자치단체, 시·군의회, 주민, 언론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드 기지 인근 7곳에서 전자파를 측정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의 협조도 구했다. 지역 주민의 사드 반대 이유 중 하나가 사드의 X밴드 레이더(AN/TPY-2)의 전자파 유해성 논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마련한 측정이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지난달 27일 성주 주민과 사드 배치 반대 단체 관계자들을 찾아 “주민들이 우려하는 전자파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주민 대표단이 참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사드가 배치된 괌 미군기지에서 전자파를 측정했다. 당시 전자파 측정은 성주 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민가가 1.5㎞ 떨어진 점을 고려해 사드 레이더에서 1.6㎞ 떨어진 지점에서 실시됐다. 측정 결과 사드 레이더 가동 6분 후 전자파 최대치는 0.0007W/㎡가 나왔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치인 10W/㎡의 0.007%다. 당시 군은 기준치의 0.007%는 일상생활에서도 나오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석주 소성리 마을이장은 "환경영향평가 이전에 실시하는 사드 관련된 조치는 어떤 것도 안된다"이라며 "사드 운용을 위한 유류차 등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철재 기자, 성주=백경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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