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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부겸·추미애의 증세 제안, 솔직한 공론화로 이어지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어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의 주인공은 단연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었다. 김 장관은 국정과제의 안정적 수행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소득세·법인세 등의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 문제를 국민과 함께 정직하게 논의할 시기가 됐다”며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날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재원 마련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여론의 지적에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김 장관의 증세 발언으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참석자 중 4명이 증세 필요성에 동의했고, 다른 2명은 논의 시기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증세에 기본적으로 동의했다. 모두 18명의 참석자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증세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김 장관이 불을 지핀 증세 논의는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로 이어졌다. 이번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최고 과세구간을 추가해 증세를 하자는 의견을 냈다. 추 대표는 “아무리 비과세 감면과 실효세율을 언급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법인세에 손대지 않으면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인 출신 장관과 집권 여당의 문제 제기를 청와대가 수용하면서 당초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 놓았던 증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초우량기업과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삼아 세금을 더 걷자는 여당의 제안과 함께 좀 더 다양한 증세방안이 토론되기를 바란다. 여당의 증세안으로 포용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지, ‘넓은 세원(稅源)’이라는 조세 원칙을 어떻게 관철시킬지 등 꼼꼼히 검토해야 할 게 많다. 이제 겨우 증세 논의의 첫발을 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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