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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서 도난된 조선불화 '지장시왕도' 30년만에 돌아와

중앙일보

입력

1988년 대구 동화사 염불암에서 도난당한 뒤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다 30년 만에 돌아온 '지장시왕도'.[사진 대한불교조계종]

1988년 대구 동화사 염불암에서 도난당한 뒤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다 30년 만에 돌아온 '지장시왕도'.[사진 대한불교조계종]

1988년 8월 5일 대구 동화사 염불암에서 도난당한 뒤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던 19세기 불화가 3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0일 서울 수송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미국 LA카운티박물관(LACMA)이 소장하고 있던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 반환식을 열고 불화를 공개했다.

문화재청이 2014년 조사서 발견 #LA카운티박물관에 환수 요청해 #조선 후기에 화풍 변화 이끈 작품 #보존상태 양호 21일 동화사로 옮겨

'지장시왕도'는 2014년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LA카운티박물관의 한국 문화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이에 조계종은 1999년 발행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해당 불화가 실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15년 LA카운티박물관에 환수를 공식 요청했다. LA카운티박물관은 지난해 10월 개최된 이사회에서 반환을 의결했다. 마이클 고반 LA카운티박물관장은 소장 경위에 대해 "약 20년 전 여러 한국 미술품을 구매할 때 함께 사들였다"며 "불화가 30년 만에 제자리를 찾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는 1841년 동봉법준을 비롯한 승려화가들이 그린 작품이다. 가로 141㎝, 세로 122㎝ 크기로 그림에 대한 정보를 기록한 화기(畵記)는 도난 이후 덧칠돼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지장시왕도는 죽음의 세계, 즉 명부(冥府)에서 죽은 이를 구제하는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망자를 심판하는 10명의 왕을 묘사한 불화다.

이용윤 조계종 총무원 문화재팀장은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는 대왕들이 무언가를 논의하면서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뒤쪽에는 병풍이 있는 점이 특징"이라며 "시왕이 일렬로 배치돼 지장보살을 바라보고 있는 기존 도상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명부를 현실 세계에 가까운 인간적인 모습으로 표현한 점도 돋보인다"며 "조선 후기에 지장시왕도 화풍이 변화하는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은 "동화사는 18세기에 팔공산화파라는 말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불화를 주도적으로 그린 사찰"이라며 "불화의 보존 상태가 좋아 21일에 바로 동화사 성보박물관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관계자는 "이번 환수는 종교단체가 해외 박물관과 협상해 성공을 거둔 첫 번째 사례"라며 "불화를 돌려준 LA카운티박물관과는 학술·문화 교류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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