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치료제의 진화…환자 부담 줄이고 완치 효과까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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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 기자]

C형 간염 치료제는 최근 몇 년 새 놀라울 정도로 진화했다. C형 간염은 유병률이 1% 정도로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C형 간염 치료제 시장만큼 뜨거운 곳은 없었다. 2015·2016년에 연달아 터진 집단 감염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데다, 제약사들이 앞 다퉈 새 치료제를 출시한 것이다.

C형 간염은 치료가 간단하지 않다. 예방 백신이 없고, 초기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대부분 병이 깊어진 뒤에 발견되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러스 유전자형에 따라, 간경변증 및 기존 치료경험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치료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다행히 더 효과적인 치료제가 속속 출시되며 까다로웠던 치료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지속적인 진화로 마침내 100% 완치 효과를 내는 치료제까지 출시됐다. 치료 기간 역시 1년에서 12주로 짧아졌다.


경구약이 등장하기 전까지 C형 간염은 페그인터페론 주사제와 리바비린을 병용해 치료했다. 주사로 약을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보다 더 큰 문제는 부작용과 내성이었다. 치료 기간도 1년이나 걸려 환자의 고통이 심했다. 치료 효과 역시 60% 수준에 불과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내성 변이 발생 시 치료 대안 부족


2년 전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 이후 획기적인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 혜택 범위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약은 다클린자와 순베프라, 일명 ‘닥순요법’이다. 60%에 그치던 치료 효과가 90%까지 높아졌다. 환자 부담도 254만원으로 대폭 경감됐다.


하지만, 내성 관련 변이가 없는 환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노출됐다. 치료 기간이 6개월로 여전히 길다는 단점도 있었다.


내성 변이 문제는 C형 간염 치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C형 간염은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돌연변이를 만들거나 복제해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기른다. 이땐 치료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내성으로 인해 치료에 실패할 경우 적절한 치료 대안이 없다.


닥순 이후 국내에 출시된 경구용 치료제들은 90% 이상의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인다. 그럼에도 환자들이 1%라도 더 높은 치료효과를 내는 약을 찾는 이유는 내성 변이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실제 간사랑동우회에서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C형 간염 환자들은 내성으로 인한 낮은 치료효과에 대해 높은 우려를 나타냈다.


100% 완치에 도전하는 치료제

이런 상황에서 치료실패율이 더 낮은, 즉 치료 효과가 더 좋은 치료제의 등장은 당연한 것이다. 지난 5~6월에는 기존 치료제보다 치료 범위가 넓고 치료 효과는 좋으면서 약가 부담은 줄어든 약이 잇따라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았다.


먼저 5월 보험 급여가 된 MSD의 제파티어(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는 유전자형 1형과 4형 C형 간염에 허가됐다. 치료 효과가 개선됐고, 환자 부담 역시 327만원으로 줄었다(12주 요법 기준). 하루 한 알로 복약순응도가 개선된 것이 장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부 환자는 기존 내성 변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6월에는 애브비에서 비키라/엑스비라(옴비타스비르+파리타프레비르+리토나비르/다사부비르)가 급여 혜택을 받았다. 비키라는 출시 전부터 C형 간염 완치 옵션으로 효과 면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다. 12주 치료 기준 유전자형 1b형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100%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환자 부담은 299만원으로 더 줄었다.


무엇보다 3제 복합제로 내성 변이와 무관하게 효과가 동일해 관련 사전 검사가 필요 없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알약 개수가 많다는 점은 단점이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경구 치료제에 실패한 C형 간염 환자가 다시 치료 받을 수 있는 급여 옵션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치료 효과를 제시한 치료 옵션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또한 환자의 내성에 따른 치료 실패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내성 영향을 받지 않는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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