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워크(Cat Walk)'
TV 스튜디오의 천장 가까이에 만들어져 있는 좁은 통로를 말한다. 사람이 캣워크를 오갈 때 마치 고양이가 좁은 공간을 조심스럽게 다니는 것과 흡사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그런데 이 캣워크가 야구장에도 있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이하 고척돔)'이다. 고척돔 천장(67.59m, 도쿄돔 61.7m) 바로 밑에 캣워크가 길게 연결되어 있다. 총 312개 조명을 점검, 보수하고 기타 시설물을 관리하기 위해 다니는 유일한 통로다.
넥센과 한화의 프로야구 경기가 치러진 지난 5일 오전 고척돔을 찾았다.
경기 전 오전 9시 반 시설팀 이춘우 과장(46)과 이민승 대리(33)가 조명 점검을 시작했다. 상황실 컴퓨터 조명제어시스템을 통해 조명을 점등했다. 총 5단계에 걸쳐 점차 조명이 켜진다. 20여 분 후 모든 조명이 켜지자 그라운드로 이동했다. 맨눈으로 불이 들어오지 않은 조명이 있나 하나하나 살폈고, 구역별 조도(내야 2500㏓, 외야 200㏓)를 체크했다.
이후 캣워크로 향했다. 관중석 맨 꼭대기에 잠겨진 철문을 열고 2개의 사다리를 올라가자 캣워크 구간이 시작됐다. 높이에 압도됐다. 그라운드가 까마득하게 내려다 보였다. 순간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 과장은 "2년 전 제가 이곳에 왔을 때보다 캣워크가 많이 보수가 되었다. 그 당시에는 한발 한발 내 딜 때마다 캣워크가 흔들거려서 굉장히 무서웠다. 한번 올라왔다 내려간 어떤 사람은 점심도 못 먹었다"고 말했다.
조명이 있는 곳까지 가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출발 전 이 대리가 준 헬멧과 장갑이 없었더라면 이동하는 내내 머리와 구조물에 직접 부딪혀 큰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점검이 필요한 내야 3루측 방면에 위치한 조명에 다다르자 작업은 시작됐다. 전원차단기를 확인하고 절연된 부분이 있는지 등 점검을 마친뒤 함께 내려왔다.
이 대리는 "1년전에는 장충체육관에서 근무했었다. 장충은 조명이 경기장 아래까지 자동시스템으로 내려와 올라갈 일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와서 처음 캣워크를 올랐을 때 혼자 가기 무서워서 과장님 손을 붙잡고 올라갔다"고 말했다.이 과장은 "전 근무지였던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이동하기에 흔들림도 없고, 조명 높낮이가 다 똑같아서 캣워크를 오르락내리락 할 필요도 없었다. 고척돔으로 발령받고 처음 올라갔는데 캣워크가 그네처럼 흔들거렸다. 시공사에서 이정도 높이는 다 그렇다고 했지만 계속 보수를 요구해 지금처럼 흔들림 없는 캣워크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돔경기장운영처 시설팀 이하 전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에 힘입어 고척돔 누적 관람객이 작년 5월말 기준 34만3025명에서 올해 5월말 49만 4725명으로 늘어났다. 2017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과 엑소(EXO), 방탄소년단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치렀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써 여전히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글·사진=김경록 기자